[온라인음악 전쟁](상)사느냐 빌리느냐

 최근 한달 동안 디지털 미디어 업계는 99년 냅스터 등장 이래 가장 긴장감 넘치고 역동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 파일교환(P2P)에 눌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온라인 음악서비스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가는 이단아’ 애플의 ‘i튠스 뮤직스토어’는 곡당 99센트로 서비스 개시 2주만에 200만곡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리슨닷컴은 가격인하로 대응하고 있다. 애플에 자극받은 온라인 음악회사는 이뿐만 아니다. 리얼네트워크는 EMI워너뮤직등과 공동설립한 뮤직넷에서 철수하고 최근 인수한 리슨닷컴에 집중키로 했다. 뮤직넷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리얼의 기술을 사용하는 대신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을 사용하는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온라인 뮤직 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뮤직 전쟁의 서곡을 연 것은 애플의 i튠스다. 애플은 한곡을 다운로드할 때마다 99센트만 지불하는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최소한의 저작권 보호장치만 둬 음악을 다른 CD나 휴대기기에 복사할 수도 있게 했다. 선불 회비납부방식에다 복잡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능까지 설정돼 다운로드한 음악을 다른 기기에 옮기지 못하는 ‘정액회원제(subscribe)’ 서비스와 차별화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사용자 환경을 내세운 i튠스 뮤직스토어 서비스는 “적절한 가격과 사용환경만 갖추면 소비자는 온라인 음악에 돈을 지불할 것”이란 업계의 예상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흥분에 몰아넣었다.

 프레스플레이, 뮤직넷 등 기존 업체들은 월 10달러 정도로 무제한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정액회원제를 고수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과 사용하기 쉬운 온라인 음악서비스의 정착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량으로 곡이 필요할 경우 회원제 i튠스 뮤직스토어에서 한곡에 99센트를 내고 음악을 산다면 애플의 MP3플레이어 i포드의 하드디스크 30Gb를 채우는 데엔 7500달러가 든다.

 프레스플레이의 마이크 베벨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PC, 가전제품, 디지털기기, 자동차 라디오 등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다운로드 서비스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정액회원제 서비스를 위한 기술들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은 회원제 업체들의 부담이다. 이들은 다른 기기에 복사되더라도 쓸 수 있는 DRM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서비스 기간이 끝난 후에 계약 연장이 안되면 음악파일을 쓸 수 없게 만드는 기능도 연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기술은 PC에는 어려움 없이 적용할 수 있지만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휴대기기에선 아직 무리라는 것.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같은 기술개발의 마무리를 짓지 못한 가운데 결국 경쟁업체들이 콘텐츠 관리기술 개발에 절치부심하는 구도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이 기술개발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것은 윈도 운용체계(OS)를 지배하며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MS다. MS는 지난주 AOL타임워너와의 제휴를 선언하며 거대한 고객 기반도 확보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