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참여정부 100일

 백일(100일)이 갖는 의미는 크다. 인간에 있어 생후 백일은 여생이 튼실하게 자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백일을 축하일로 정해 경하해 왔다. 세상에 태어나 백일을 고비로 큰 고개를 넘었기 때문에 축하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참여정부가 백일을 맞았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백일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만은 않다. 기대가 컸던 탓에 실망이 큰 이유도 있지만 각종 실물지표상으로는 낙제점에 가깝다.

 소비위축, 산업생산 활동 둔화, 화물연대 파업 미봉, 수출감소와 이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등 전반적인 암울한 소식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에 비해 개혁의 의지나 의욕은 최고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위와 아래의 ‘코드’가 맞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국정운용 능력 부족인지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에는 출범백일이 너무 짧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더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재벌정책, 노사정책, 부동산정책은 물론 참여정부가 출범 초 부르짖었던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풀어내야 할 과제가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다.

 출범백일이 지난 현재 참여정부를 평가하는 기준은 경제분야에 쏠려있고 그에 대한 평가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공교롭게도 2주일 후에는 참여정부의 외교통상능력까지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의 한국산 D램에 대한 상계관세 최종 판결일이 오는 16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개월여 후인 8월 24일에는 EU집행위의 상계관세 판결이 예정돼 있다.

 부디 참여정부가 외교통상분야에서 만큼은 낙제점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을 우리 정부가 실천하길 간절히 바란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