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PG업계의 벙어리냉가슴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전자지불결제대행(PG)업계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들어 잇따라 PG사에 대한 수수료를 적게는 0.2%에서 많게는 0.3% 이상까지 인상했기 때문이다. PG업체가 거래건당 0.3%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됐다. 실제로 한 대형 PG업체는 수수료 인상 후 한달 동안 쇼핑몰에서 거두는 매출의 4분의 1이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한다.

 “일단 지켜봐야죠. 신용카드사가 어려워 일어난 일이니 반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한 PG업체 대표는 어찌됐든 사업 파트너인 신용카드사의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어서 무턱대고 항의할 수도 없다고 한다. 당분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그렇다고 자신도 주요 가맹점인 쇼핑몰에 대해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분’에 따라 수수료를 덩달아 올리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수료 인상을 거론하게 되면 거래를 끊자는 쇼핑몰이 나올까 걱정돼서다. 이 때문인지 벌써부터 일부 소형 업체는 자금난에 허덕여 문을 닫을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다.

 다행스러운 것은 PG업계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따져보면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문제는 PG업계를 힘들게 하는 일부 요소에 불과할 뿐 오히려 업계 스스로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늘 제기돼왔다. PG업체는 2000년만 해도 10여개에 불과했다. 불과 2∼3년 사이 4배나 많은 80여개로 늘어나며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수료 깎아먹기 등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지속돼왔다.

 상황이 이쯤 되면 업계 내외부적으로 PG산업에 대해 정책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PG산업 자체가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팔장을 끼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업계 스스로 자정활동을 벌여야 하고 카드사를 비롯한 외부에서도 PG업체를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