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929년 대공황에 이르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직접적인 촉발 요인은 거품붕괴 때문이었다. 당시 까닭없는 경기상승에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일제히 예금을 인출했다. 그로 인해 은행은 줄줄이 부도가 났으며 증권은 휴지조각과 다름이 없어졌다. 대공황은 수년간 수천만명을 실업자로 만들었다. 1927년부터 1931년까지 주가가 73%나 하락했던 일본 쇼와 공황의 원인도 부실채권을 안고 있던 은행이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를 맞아 발생한 것으로 대공황과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내재가치보다 시장가격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는 상태를 버블(거품)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16%나 오른데 이어 올해 4%가 또 오르고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니까 양 부문에서 버블론이 제기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주택가격을 형성했던 미국도 지난해 7%가 올라 과거 5년간 최대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영국이나 스페인 또 동남아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기술주 시장인 나스닥도 2000년 3월 5000포인트를 정점으로 3년 동안 1000포인트까지 내리막을 걷다가 최근 1600포인트까지 오르자 경고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거품이라기보다 초저금리 ‘장기주택금융’ 때문이며 기술주가 상승은 바닥을 친 경기가 이라크전 종결과 합쳐진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개인 소유로서, 기업이나 법인이 초과담보대출을 통해 심지어 외국의 부동산까지 무차별적으로 구입했던 일본 버블과는 차이점이 있다. 기술주의 급등도 이미 지난 3년 동안 시장기능을 통해 반영된 내재가치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처한 경제상황이 미·일의 공황을 초래한 버블과 차이점이 있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경기에 대해 일시에 신뢰를 철회하면 버블 붕괴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양 부문 중 하나에서라도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서로 영향을 미쳐 경제에 큰 어려움이 닥칠 공산이 크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