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화업체들이 잇따라 장거리·지역전화는 물론 인터넷·무선 등을 통합한 번들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6일자로 발행된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AT&T·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MCI(옛 월드컴) 등이 매출 증대와 고객 충성도 유지라는 ‘일석이조’의 장점을 가진 번들 서비스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번들 서비스는 말 그대로 각종 통신서비스를 한데 묶은 ‘종합선물형’ 통신서비스로 매출 증대는 물론 다양한 서비스를 희망하는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켜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서비스의 시작은 지난 98년 AT&T의 ‘디지털 원 레이트(digital one rate)’로 알려졌다. 장거리전화와 지역 휴대폰 통화를 통합한 이 서비스는 당시 AT&T의 매출 증대에 상당한 기여를 했고 미국 전화업체들 사이에서 매우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았다.
분사 후에도 모기업 AT&T와 제휴하고 올 여름부터 장거리와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AT&T와이어리스로까지 그대로 이어져온 것은 물론 경쟁업체들까지도 이를 따르고 있다.
버라이존도 번들 서비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미국 내 일부 주에서 장거리·지역전화와 무선·인터넷을 통합, 최대 30%까지 통신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서비스에 나섰다.
버라이존은 ‘한 업체와 계약, 하나의 고지서’를 표방하는 경쟁업체들보다 한발 더 앞서 집에서 통화하든 휴대폰으로 통화하든 동일한 요금을 물리는 체계를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다른 업체들도 이에 뒤질세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역벨사인 SBC커뮤니케이션스는 미국 2위 무선서비스 업체인 싱귤러와 제휴하고 무선서비스에 나서고 있으며, MCI도 다음달부터 와이파이(WiFi)를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이와 관련, 미국 통신업계에서는 “전쟁이 시작됐다”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업체들의 이같은 경쟁은 휴대폰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본격화돼 휴대폰 서비스업체들이 혜택 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주요 전화업체들의 매출 가운데 3∼4%가 번들 서비스에서 발생한 반면 98년 이래 무선서비스 업체들은 매출의 25% 정도를 번들 서비스로부터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번들 서비스는 현재 일반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업체들도 아직까지는 이들에게 서비스의 대부분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고객들의 선호도도 증가해 기업을 타깃으로 한 전화업체들의 마케팅도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번들 서비스가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우선 서비스 차별화가 지상과제다.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경쟁력 상실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한 마케팅도 요구된다. 소비자들이 단일한 고지서에 막대한 통신요금을 받아보게 되면 통화를 줄이면서 비용절감에 나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통신시장은 이미 과열 경쟁 상태로 접어들었고 업체들은 ‘그나마’ 가능성을 확인한 번들 서비스로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