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매업체 `발등에 불`

 유럽연합(EU)의 전자상거래에 대한 과세 예정일인 7월 1일이 가까워오면서 역내에서 사업중인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유럽에서 사업중인 AOL·아마존·e베이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세율이 낮은 국가로 유럽 본부를 옮기거나 판매상들에 물리는 수수료를 올리는 등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EU의 이번 조치가 당장 사업을 곤란에 처하게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EU지역 외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이 지역 내에서 사업을 할 경우 반드시 역내 국가에 사무소를 설치해야 하고, EU내 15개 국가의 관련 법을 적용받게 된다. 절차상의 복잡함이 느는 것은 물론 25% 가량의 비용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EC업체들의 긴급대응책은 비용절감에 초점을 두고 이뤄지고 있다.

 AOL은 지난달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룩셈부르크로 유럽 사무소를 옮겼다. 유럽에서 600만명의 가입자들에게 서비스중인 AOL은 룩셈부르크 이전에도 불구하고 월 2200만달러의 VAT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OL은 그러나 현재 월 24달러인 서비스 요금은 올릴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유럽 본사 이전과 함께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기로 하고 직원을 20여명 더 늘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은 새 규정이 회사 수익성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및 e북 소비자들에 대해 VAT를 물리기로 했다. 회사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파는 판매상들의 수수료도 올리는 한편 영국에 새로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e베이는 판매상들에 국가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즉 프랑스와 이탈리아 판매상들의 VAT는 회사가 부담하고 전자상거래가 비교적 활성화된 영국·독일 판매상들에는 다소 높은 수수료를 적용키로 했다.

 한편 EU는 지난해 5월 비EU 회원국의 기업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게임·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상품에 대해 15∼25%의 VAT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EU 내부에서조차 “전자상거래 과세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역내 세수확대에 기여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역내 국가들의 전자상거래 부문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