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장비업계가 금융지원을 통한 장비수출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주요 수출지역인 동남아시아의 사업자가 극심한 경기침체로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다양한 금융기법을 동원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출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네시아 CDMA사업자 PT모바일-8텔레콤과 1억2000만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이통장비산업분야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중장기수출보험을 활용했다. 중장기수출보험은 2년 이상의 결제기간을 가진 수출사업에 적용되는 것으로 수출 당사자 또는 구매자가 총 사업금액 중 일정 부분을 보험금으로 납입, 만약에 생길지 모르는 장비대금 회수 불가능 상태에 대비할 수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의 협렵업체인 삼성물산이 PT모바일-8으로부터 보험금을 제공받아 수출보험공사에 납입한 데 따라 삼성전자는 구매자로부터 장비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총 수출금액 중 90%를 수출보험공사로부터 받을 수 있다.
LG전자 역시 그동안 벤더파이낸싱 기법에 의존해왔으나 동남아시장 확대를 위해 경영협력계약(BCC)기법을 도입, 운영중이다.
경영협력계약은 장비공급자가 초기 투자는 물론 실제 사업 및 경영에도 관여해 향후 사업수익을 통해 투자대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LG전자는 SK텔레콤·동아일렉콤과 함께 설립한 SLD를 통해 동남아 현지 이통사업자들과 경영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를 통한 첫 사업으로 SLD와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베트남 CDMA사업자 사이공포스텔에 3500만달러 규모의 CDMA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LG전자는 자사가 44%의 지분을 갖고 있는 SLD를 통해 장비수출대금을 받게 되며 SLD는 향후 15년간 현지 CDMA서비스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사이공포스텔과 공유해 투자비용을 회수하게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벤더파이낸싱 기법은 몇 해 전 전세계 CDMA장비 시장의 선두권에 속했던 A사가 한번의 지불 유예로 인해 회사 전체가 흔들린 사례가 있을 정도로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며 “앞으로 BCC기법을 통해 캄보디아, 미얀마 등 신규 시장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