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이 이라크전쟁 당시 연합군이 이라크에 생필품을 공급하기 위해 운영 중인 연합물자공급청(CPA)이 이동통신망 건설 계획을 앞당겨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이통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전세계 통신업체들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PA는 이라크 이통사업자 선정을 위한 세부 기준을 확정해 이번주 안에 입찰공고를 내겠다고 밝혔다.
CPA 대변인은 “전후복구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신망, 특히 고정선 통신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드는 이통망을 건설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는 2004년 수도 바그다드에서 유럽의 GSM 기술을 사용하는 휴대폰 서비스를 시작한 후 전국 주요 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이라크는 최근 10여년 동안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면서 통신기반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며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통신망을 건설하는 데만 수천만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라크 이통사업자 선정은 2600여만명의 인구를 보유 중인 중동 최대 미개척 통신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의미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세계 통신업체들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한편 관련 업계는 이번에 CPA가 앞으로 이라크에 건설할 이통기술 표준을 ‘미국의 CDMA가 아닌, 유럽의 GSM’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통신서비스 및 장비공급업체 선정에서도 유럽 업체들이 선전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통신장비업체들 중에서는 80년대 이라크 고정선 통신망을 건설했던 프랑스 알카텔이 90년대 1차 이라크전 이후 7500여만달러에 달하는 통신복구사업까지 수행해 다소 유리한 가운데 스웨덴의 에릭슨과 미국 모토로라가 각각 이라크 이통장비 및 휴대폰 공급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