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 부동산 재벌인 허치슨왐포아그룹 리카싱 회장(79·사진)이 ‘마지막 승부’라고 부르면서 추진했던 이동통신사업이 제휴업체들과 갈등을 빚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90년대 홍콩 허치슨텔레콤과 영국 오렌지, 독일 보이스스트림 등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던 허치슨 그룹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3G사업의 목표는 유럽과 아시아, 오세아니아 3대 대륙에 있는 8개 국가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입자들과 영상전화(회의)를 할 수 있는 세계 최대 3G 이통망을 건설하는 것. 허치슨은 이를 위해 총 167억달러(약 20조400억원)를 투자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표참조
그러나 허치슨의 3G사업은 그후 최악의 경제불황으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허치슨 그룹 3G사업의 이상징후는 최근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최초로 영국에서 3G 서비스를 제공해 큰 관심을 끌었던 허치슨3G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증자를 둘러싸고 제휴업체인 네덜란드의 통신기업 KPN과 갈등을 보이면서 최근 법률분쟁까지 야기하고 있다.
두 회사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3월 허치슨3G가 3G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부터다. 허치슨3G가 마케팅 활동 등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허치슨왐포아, NTT도코모, KPN 등 주주 회사들에 10억파운드(약 2조원)의 증자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허치슨3G의 대주주인 허치슨은 6억5000만파운드, 일본의 NTT도코모는 2억파운드를 각각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반면 KPN은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 1억5000만파운드를 부담하지 못하겠다고 버틴 것.
3G사업에서 경쟁업체들과 승부를 벌이기도 전에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가입자 유치 실적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올연말까지 1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였지만 허치슨3G가 지난 3월 영국에서 3G 서비스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유치한 가입자는 2만여명에 불과하다.
홍콩 최대 재벌 리카싱이 마지막 승부처로 택한 영국의 3G사업이 의외의 복병을 만나 부진하면서 허치슨3G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던 IT업계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가트너 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통신 투자전문가 집단인 허치슨 그룹이 그후 3G 이통환경 악화를 고려해 사업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평가회사 S&P도 최근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해 12일 허치슨왐포아의 투자등급을 A에서 A-로 낮추면서 S&P는 또 허치슨의 3G사업부진이 전세계 통신업계, 특히 최근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3G 장비업계 영업활동에도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업계는 90년대에 홍콩과 영국, 독일 등 전세계 2G 이통사업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던 허치슨 그룹이 3G사업에서도 또 한번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주기를 ‘이심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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