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신호 켜진 반도체 수출

 반도체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4월 예비판정에서 57.37%의 잠정 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했던 미 상무부가 17일(현지시각) 한국산 D램에 대한 상계관세 최종판정을 통해 하이닉스반도체에 44.71%의 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대미수출시 엄청난 세금을 내야하는 등 미국으로의 수출 길이 사실상 막혔다.

 더 큰 문제는 미 상무부의 이번 판정이 오는 8월 29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의 최종판정(예비판정률 33%)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미 상무부가 한국산 D램 반도체에 대한 보조금 상계관세율을 예비판정보다 12.66%포인트 낮췄지만 하이닉스의 구조조정 관련 금융조치가 정부보조금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결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 상무부가 판정결과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통보하면 ITC가 자국 산업의 피해유무를 최종적으로 판단한 후 결정하기 때문에 변수는 있다. 하지만 상무부의 결정을 ITC가 번복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계관세 부과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이럴 경우 하이닉스는 수출가의 44.71%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D램 반도체의 대미수출은 19억4000만달러이며 이중 하이닉스의 D램 수출액은 4억6000만달러, 직수출은 1억2000만달러(25%)였다고 하니 하이닉스의 D램 수출길이 막히는 것은 한쪽 날개가 꺾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상계관세 부과조치가 채무재조정 등 채권단이 상업적 판단을 정부보조금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관치금융이 사라졌으며, 미국계인 씨티은행과 정부 소유지분이 없는 민간은행이 하이닉스 채무재조정에 참여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우리정부가 일부 시중은행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하이닉스 채무재조정에 정부가 개입했다고 하는 것은 국제 통상규범은 물론 미국 법을 위반하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ITC 최종판정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거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어려운 일이지만 필요로 하는 자료를 철저히 준비할 경우 이보다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하이닉스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 오리건주 유진공장을 풀가동해 현지조달 물량을 최대한 늘리는 한편 중국과 동남아 시장개척을 통해 대미수출에 따른 상계관세를 피해야 한다. 또 세계적인 PC업체의 동남아 현지법인을 활용하고, 상계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마더보드(주기판)에 D램을 장착한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안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삼성전자에 대해 미소마진율에 해당되는 0.04%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상계관세가 미소마진(1%미만)일 때는 내지 않아도 된다. 삼성전자를 관세부과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미국의 D램 생산업체인 마이크론이 공장입지 특혜의혹을 제기하는 등 막후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소마진 판정을 이끌어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시간이 없다. ITC 최종판정에서 승소할 수 있는 자료 준비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