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진 텔트론 사장 jjlee@teltron.com
올 연말에는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전자 요금징수시스템을 운용할 예정에 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나들목에서 정차할 필요 없이 고속으로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정체를 상당히 완화할 수 있으며 원가절감을 이룩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국내의 각 기관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도 많은 연구와 개발이 시도되고 있으며 이제 실용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를 위한 통신방식에는 적외선(IR), 비콘(beacon), 라디오주파수(RF) 방식이 있는데 국제적으로는 5.8㎓의 RF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적외선방식을 선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전자 요금징수시스템에 왜 RF방식을 도입해야만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첫째 RF방식은 국내표준이며 세계표준이다. 한국은 지난 2001년 12월 RF방식을 국내표준으로 정했으며 이어 세계표준으로도 채택이 되었다. 그동안 단거리전용통신시스템의 방식에 대하여 이견을 보여왔던 정보통신부와 한국도로공사도 지난해 6월 RF방식을 표준규격으로 채택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둘째 RF방식은 서비스분야에서 우리나라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독자적으로 처음 개발한 토종서비스다. 따라서 기술료 지급을 안해도 되고 오히려 외국에 수출할 경우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효자상품이 될 수 있다.
셋째 서비스의 확장성이다. 현재 ITS 서비스를 진행중인 대전시를 필두로 전주, 광주, 울산 등이 RF방식으로 서비스 계약을 완료하여 추진중에 있다.
하나의 단말기로 고속도로에서는 자동요금지불시스템으로, 시내에서는 교통정보수집시스템으로 응용될 수 있으며, 더욱이 민간 주차장에서도 이 단말기를 이용하여 주차요금을 자동으로 지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외선 방식을 채택할 경우 이러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2개의 단말기가 필요하게 된다. 즉 나들목에서 요금징수를 위해서는 적외선 단말기를, 시내주행에 있어서는 RF 단말기를 각각 구입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네번째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동력산업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RF방식을 채택하면 휴대폰 시장이 포화돼 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부품업체가 다시 도전해볼 수 있는 최소 25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가 이 방식에서는 기술선진국이 될 수 있으므로 수출에 유리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반면 IR방식은 거의 모든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IR방식을 선택하여 우리시장을 외국에 내어주어야 하는가.
다섯째 지능형 교통시스템 개발을 위하여 막대한 연구비 및 시설비가 투자됐다. 건교부와 정통부, 산자부, 과기부 등에서 지난 96년부터 2002년까지 359억원 규모의 연구를 수행한데 이어 경찰청과 서울시, 도로공사, 대전시 등에서 4400억원을 투자했다. 이같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무시하고 연구결과와 동떨어진 IR방식을 도입해야만 하는가. 정책은 효율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 주장한 선택과 집중을 스스로 지켜야만 한다.
RF방식은 그동안 도로공사에서도 정통부와 사이에 약속한 사항이었다. 성장동력산업을 미래기술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그동안 이룩해 온 실현가능한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수많은 부품업체는 기술을 선도하는 기관의 발표를 믿고, 향후 출현할 새로운 시장을 위해 수년간 부품을 개발해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고 누가 보아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전자 요금징수 시스템은 RF방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