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수양산 그늘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한 집안에서 출세한 사람이 나타나면 보이지 않는 음덕(陰德)을 입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논외로 하더라도 집안에 판·검사가 있으면 민사나 형사사건에서, 의사가 있으면 입퇴원 등 병원업무시 조금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경영이론서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벅스 효과도 그 의미는 마찬가지다. 스타벅스라는 커피전문점이 성공하면서 가격상승과 수익증대는 물론 장기불황에 빠진 커피산업을 회생시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상품 하나가 성공하면 그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상품 전체가 프리미엄급으로 격상된다는 것이다.
거시경제 지표가 최악의 신호를 보내는 등 갈수록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한국경제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호재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견인해 왔던 반도체 아성이 흔들리고, 후발 개도국이 분전하면서 휴대폰 등 정보통신 제품의 상승세가 주춤거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일등상품 발굴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일등상품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은 물론 마케팅과 정책지원 등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IT강국으로 부상한 우리의 힘과 열정을 감안하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경제를 이끌어 나갈 성장엔진을 선정한 후 이를 집중 육성해 나가겠다는 정부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건국 이후 최대 시련이었던 IMF체제 극복의 선봉장이었던 IT산업이 옛 영화를 되찾고,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일등상품을 발굴하고 집중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한국경제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는 것은 물론 21세기 한국경제를 이끌어 나갈 스타벅스 같은 전략상품이 탄생할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