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IT아웃소싱의 역할

◆윤문석 한국오라클 사장 ms.yoon@oracle.com

 

 해박한 법률지식과 풍부한 경험으로 매 변론마다 승승장구하는 변호사가 있었다. 변호사의 능력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문서작성능력도 빨라서 전문 타이피스트 수준으로 문서를 작성해냈다.

 그러나, 변호사는 직접 문서를 작성하는 대신 전문 타이피스트를 고용해서 문서작성을 비롯한 각종 관리업무를 전담시키고 있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한사람이 변호사에게 질문했다. “변호사님의 능력이라면 타이피스트가 필요없지 않나요?” 이 질문에 대한 변호사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타이피스트 덕분에 저는 변호활동에 집중할 수 있죠.” IT아웃소싱의 의의를 잘 드러내는 유명한 ‘변호사와 타이피스트’의 사례다.

 이 사례를 주의깊게 살펴보면 변호사 활동의 원동력은 타이피스트의 역할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변호사가 변론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분량의 참고자료와 법률문서의 원활한 관리, 신규자료 등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타이피스트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IT아웃소싱의 관계도 이와 유사하다.

 최근 경영전략 수립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는 기업의 전사적인 활동은 정보시스템과 데이터에 의존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전문 서비스업체를 고용해 기업 PC의 유지관리나 데이터센터 관리와 같은 업무를 운영하도록 하는 IT아웃소싱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세계 IT아웃소싱시장이 2000년부터 매년 약 12%씩 성장해 2005년에는 약 100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는 고속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기업정보화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시점에서 IT아웃소싱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 상반기 국내 한 일간지에서 국내 163개 기업을 대상으로 IT아웃소싱 현황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아웃소싱을 계획중인 기업들이 아웃소싱 도입의 첫번째 목적으로 ‘기업의 핵심역량 강화’로 꼽았다고 한다. 즉 기업 내부에서 모든 것을 총괄하기보다는 핵심적이지 않은 부문은 모두 아웃소싱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IT서비스 제공자에게 두가지 시사점을 전달해준다.

 하나는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효율적인 IT환경은 이미 필수적인 사항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대기업을 비롯한 대다수 중견기업들은 ERP·CRM·EIP 환경을 도입했고, 최근에는 중소기업들도 경영정보화를 앞당기기 위한 시도를 다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기업들은 물리적인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동시에 넘나들며 글로벌 e비즈니스를 구현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IT아웃소싱이 제역할을 해야 한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올해 진행될 IT아웃소싱 프로젝트 중 절반 정도가 고객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기업의 전산환경이 물리적으로 기업 내부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바로 눈 앞에서 관리하는 것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기업의 IT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IT아웃소싱시장에 주는 두번째 시사점인 것이다.

 즉 기업들은 IT아웃소싱이 가져올 효율성과 동시에 기업정보화와 경영활동이 이원화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웃소싱서비스 제공자는 기업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전략과 미션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컴퓨팅 환경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