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이동통신업체들이 상반된 제3세대(3G) 전략을 택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올들어 유럽 업체들이 속속 3G 서비스를 선보인 반면 미국 업체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파인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허치슨3G가 지난 3월 영국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스웨덴 등 3국에서 3G 서비스를 선보였고 모빌컴(오스트리아), 보다폰(영국), T모바일(독일) 등도 연내 3G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허치슨3G는 지난 3월 영국에서 WCDMA 방식의 3G 서비스를 선보인 후 약 1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탈리아의 H3G와 오스트리아의 모빌컴도 4월부터 3G 서비스를 제공해 5∼1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들 3사가 각각 3G 서비스를 시작할 때 제시했던 ‘올해 100만∼2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목표 달성에는 역부족이지만 영상전화가 가능한 3G 서비스를 유럽 이통가입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높이 평가했다.
통신시장조사회사 액틱스 로브 돕슨 CEO는 “이를 계기로 WCDMA와 EDGE 등을 사용하는 3G 서비스가 올해 유럽에 본격 상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EDGE는 기존의 2G(GSM) 또는 2.5(G) GPRS 이통망의 성능을 높여 사진과 게임 등 멀티미디어메시지(MMS)를 송수신할 수 있어 올 유럽 이통업계 3G 투자의 주류를 이룰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별로는 영국에서 허치슨3G에 이어 세계 최대 이통업체인 보다폰과 독일 T모바일까지 오는 3∼4분기 중 각각 WCDMA 기술을 사용하는 3G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초기 3G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독일 도이치텔레콤의 이통 자회사인 T모바일도 올 연말까지 독일과 영국, 오스트리아 3개국에 WCDMA와 EDGE 등을 혼합한 3G 서비스를 제공, 유럽 최대 3G 이통업체 도약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미디어회사 비벤디유니버설과 영국 보다폰이 합작한 프랑스회사 SFR도 올해 말까지 프랑스에서 EDGE 기술을 사용하는 3G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업체들의 3G 이통 전략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미국 이통 1위 업체 버라이존와이어리스가 최근 워싱턴과 샌디에이고시에서 3G(1x EVDO)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IDC의 케이스 와라스 애널리스트는 “6개 이통서비스 업체들이 GSM과 CDMA 등 4개 이통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미국의 가입자들은 아직 문자메시지(SMS)를 주고받는 것도 어렵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3G 이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이통업체들은 3G 이통망 건설보다 기존 이통망을 이용해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선통신(WiFi) 등 데이터 통신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와라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전국 단위의 3G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2004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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