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조지 오웰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중략)”

 해마다 오늘이 되면 학교운동장에 불려나가 이 노래를 목청껏 불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잊혀져 가고 있고, 또 불러야할 명분도 애매한 ‘6.25의 노래’다.

 올해는 ‘동물농장’ ‘1984년’ 등으로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를 비판한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의 탄생 100주년에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같다.

 조지 오웰이 1945년 발표한 ‘동물농장’은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풍자소설로 3년후 미국의 후원 아래 세계에서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우리 국민을 반공으로 무장하는데 때맞춰 나온 소설이다. 사망 직전인 1949년에 출간한 ‘1984년’도 냉전 분위기를 타고 영국·미국에서만 약 40만부가 팔렸다.

 지금은 소설 ‘1984년’에서 빅 브라더가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감시용 첨단매체(텔리스크린)가 더 큰 관심사로 등장했다. 정보독점을 통한 거대 감시체제를 예고한 것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52개 시민단체는 이번주를 ‘빅 브라더’ 주간으로 선포하고 정보인권 지킴이로 나섰다. 각종 토론회와 행사를 통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프라이버시 침해기관이나 인물에게 ‘빅 브라더 상’을 주자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전세계 16개국에선 정보감시에 대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지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과 기업, 기관을 매년 선정해 ‘빅 브라더 상’을 수여하고 있다.

 국민편의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개발되고 발전해온 첨단 과학기술이 우리 인간의 발목을 잡는데 대한 반성일 것이다. 산업화로 인해 자연이 황폐해졌듯이. 그러나 소설 마지막 구절 ‘주인공인 윈스턴이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는 것을 우리 식으로 해석한다면 강대국에 억눌리지 않기 위해서도 첨단기술 개발이나 정보화의 고삐는 더욱 조여야하지 않을까.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