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통부 출신 인사의 영입을 놓고도 통신사업자간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과 LG가 적극적으로 정통부출신고위관료들을 영입하고 있는 데 반해 민영화된 KT는 이러한 분위기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
LG는 정통부영입인사 가운데 최고위급 출신인 정홍식 전 정통부 차관을 통신 자회사 총괄 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신임 정 사장은 정통부 재직시절 정책국장·정책실장 등 요직을 차례로 맡아 국내 통신산업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주역이다.
특히 정통부 출신 인사 가운데 내부조직과 업무를 훤히 꿰뚫고 있고 지금까지도 신망이 두터우며 카리스마도 강하다. 여기에 기업경영 경험까지 갖추고 있어 그동안 시너지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LG의 통신사업을 이끌어가기에는 가장 적합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앞서 LG는 위성통신과장과 정보통신정책과장(현 통신경쟁정책과장) 등 통신정책 요직을 두루 거친 강문석씨를 LG텔레콤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강 부사장은 영업을 총괄하는 책임을 맡은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 강 부사장이 회사업무 파악을 끝내고 조직개편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며 역할을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기업경영에 대한 경험을 두루 쌓고 있는 강 부사장은 언젠간 지주회사로 옮겨가 통신사업에 대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도 올들어 대외사업파트 책임자로 서영길 부사장을 전면 배치, 발빠르게 대응채비를 갖춘 상태다. 서 부사장 또한 정통부 출신 인사 가운데 지금까지도 관료들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SK텔레콤은 서 부사장을 축으로 조민래 전무, 최근 신설된 휴대인터넷사업본부의 하성호 상무에 이르기까지 핵심 포스트에 정통부 출신 관료를 라인업했다.
그런데 정작 국내 최대 통신그룹인 KT는 이런 분위기에서 소외된 채 초조하기만 하다. 후발사업자들의 경영난이 표출되면서 KT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따가워진 데다 지난해 민영화 이후에 관료 출신의 영입이 더욱 어려워진 때문이다.
KT관계자는 “우리 회사를 압박할 여러가지 비대칭 규제의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운신의 폭조차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 정통부 로비력을 강화할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중이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은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때문에 KT 안팎에선 SK텔레콤이나 LG그룹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통부 출신 인사의 영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