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하나로통신에 대한 투자방침을 밝혀 경영권 확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내비쳤다. 하지만 LG가 일단 투자 약속부터 한 것으로 제안이 구체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규모도 작아 성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LG의 경영권 확보 여부는 하나로 이사회가 열리는 다음달 3일께 결정될 전망이다.
◇LG의 투자 의미=LG가 하나로에 투자하겠다는 금액은 800억원이다. 올해 하나로에 돌아올 단기 차입금 규모 2800억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액수다. LG는 한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향도 밝혔다.
LG는 이로써 당장 지분인수를 통해 하나로를 직접 인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막대한 부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입금 규모의 투자는 인수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고 외국인에게 경영권을 내주는 것도 막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LG는 장기적으로 지분 확대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8.49%)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관망하는 하나로 이사진=하나로통신 이사진은 일단 LG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다. 투자 규모가 턱없이 적은 데다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로의 한 이사는 “LG가 투자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것을 제시하지 않아 앞으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두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는 게 이사진의 뜻”이라며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외자유치 승인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간끌기’라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LG가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일주일 동안 투자방법과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투자 계획서를 만들어 이사진을 설득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루넷 등 후발 사업자들은=LG가 하나로통신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두루넷과 온세통신 등 나머지 후발사업자들의 진로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 LG는 정보통신부에 후발사업자의 인수시에 정책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채무조정 등에 대해 외곽에서 도와달라는 요구다.
서둘러 통신산업 구조조정을 이뤄야 하는 정통부의 입장에선 지원할 수 있는 데까지 지원하려 하나 채무조정 등은 관할사항이 아니다. 금융권에서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다만 LG가 하나로를 인수한 이후 통신 계열사들에 대한 인프라 조정과 관련해 정통부가 정책적으로 배려해줄 수는 있으나 이는 하나로 인수가 이뤄진 다음의 일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