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리더들이 대거 동참한 ‘한국IT리더스포럼’이 지난달 말 출범했다. 전직 정통부 장차관은 물론 IT관련 정책 및 연구기관, 학계, 업계의 리더들이 우리나라 IT산업과 사회 발전을 자임하고 나섰다. 오늘의 IT강국을 이끌어낸 인물들이 이제는 내일의 IT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리더의 응집은 특히 제2의 도약과 IT사회의 정착이라는 대전제에 비춰볼 때 시의적절하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
IT리더들은 이 포럼을 통해 우리나라 IT의 미래상은 물론 IT 발전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야할 것이다. 당장 IT 경기회복을 위한 방향 제시에서부터 IT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방안, IT생활화에 따른 새로운 질서확립 등 적지 않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IT경기 회복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정책과 시장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다. 하지만 리더들이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정책과 시장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T경기를 진단하는 관점에서부터 접근방법과 전망 등에 대한 IT리더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 IT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의지와 기업의 노력이 국제경쟁력 제고의 필수조건이지만 IT리더들이 어떠한 방법론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가 있다.
우리나라 IT의 미래상은 전적으로 IT리더들의 몫이라고 본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IT가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또한 어떤 질서가 필요한지 이제는 IT리더들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할 때다. 유감스럽게도 IT리더들은 그동안 기술개발이나 산업발전 등에 몰두했지, 생활속에 파고드는 IT에 대해선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근 인권과 정보화가 첨예하게 충돌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해서도 IT리더들은 침묵했다. 대신에 시민단체들의 목청이 높아져 자칫 IT비전문가들이 우리나라 IT의 미래상을 이끌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이제 특히 IT리더들은 기술이나 산업에 몰입된 IT적 시각에서 벗어나길 주문하고 싶다. 기술 그 자체가 복합화, 융합화되 듯이 우리 사회도 IT라는 수단을 통해 급변하고 있다. 인터넷대선, NEIS, 인터넷실명제 등은 우리 앞에 나타난 대표적인 소용돌이다. IT리더들은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해온 경제·사회적 IT관의 정립에 더이상 주저해선 안될 것이다.
전자정부를 통해 행정효율성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국민편의를 향상시키면서 인권침해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어떻게 부패없는 행정을 실현할지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교육도 행정정보시스템의 고도화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교육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사이버 교육시스템의 정착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한다. 이밖에도 IT를 통한 쾌적한 환경구현, 다수가 혜택받을 수 있는 IT경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IT정치 등 IT리더들의 역할을 기다리는 분야가 많다.
IT리더들은 이날 포럼출범 후 이용경 KT 사장이 특별강연을 통해 제시했듯이 ‘IT를 통한 살기좋은 세상’을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인간과 대화하는 지능형 IT를 추구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에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IT(Ultimate), 미래의 풍요를 함께 누리는 사회(Unified)인 ‘U3코리아’로 변모하는데는 IT리더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더욱 ‘한국IT리더스포럼’이 단순한 원로모임이나 친목모임으로 전락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