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의 국가재난방송시스템 구축 계획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행자부가 위성방송의 데이터방송을 재난방송용으로 운영하는 것 자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동으로 시비대상이 될 수 없으나 특정 유료 방송사업자의 가입자 장비를 정부 예산으로 구매 보급키로 한 방침은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 7월 1일자 5면 참조
또한 일부 기술 전문가들도 위성방송이 재난방송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행자부 추진방안=행자부가 추진중인 국가재난방송시스템은 장기적으로 디지털방송 전매체를 통해 재난경보를 미리 알려 신속하게 재난에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난발생시 또는 위험이 예고될 경우 위성방송의 셋톱박스로 신호를 보내 셋톱박스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현재 국가가 지정한 재난방송용 채널인 KBS1의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위성방송의 데이터방송을 통해 자막 등을 내보내자는 게 행자부의 아이디어다.
행자부는 케이블방송 및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 우선 위성방송을 활용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기존 셋톱박스에 재난방송을 위한 시스템을 추가하기 위해 정통부와 기술표준 제정을 위한 협의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무엇이 문제인가=행자부의 아이디어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공익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내 특별예산 편성을 통해 10만대의 셋톱박스를 구매, 전국 통·반장 등에 보급하겠다는 대목이 문제다. 정부가 특정 유료방송 채널을 재난방송용으로 운영하기 위해 일부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는 있겠지만 2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셋톱박스를 보급하겠다는 것은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행자부 관계자는 “위성방송이 채택될 경우 연간 90여억원의 수신료를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술적인 한계=위성방송이 현 시점에서 재난방송용으로 가장 안정적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방송 학계의 한 관계자는 “재난 발생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방송을 하려면 특정 방송대역이 필요한데 위성방송은 이 대역이 불충분하다”며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케이블TV가 오히려 재난방송에 더 많이 활용된다”고 주장했다.
경쟁매체인 케이블TV 업계의 한 관계자는 “풍수해 등이 발생했을 때 유선보다 무선 기반의 위성방송이 안정적이라고 주장은 적절치 않다”며 “안테나 및 전기선이 훼손됐을 경우 대안이 없다”고 반박했다.
◇장기적인 접근 필요=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향후 국가재난방송시스템 운영시 중복투자 및 형평성 시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보다 장기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현재 방송법에서는 KBS1을 재난방송용 채널로 지정하고 있지만 유료 방송매체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재난방송용 채널이 법적으로 의무 채널로 지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유료매체를 재난방송용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향후 예산 지원은 물론 각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법·기술·예산지원 등 총체적인 부분을 점검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