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망기업의 우회등록

◆디지털경제부·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실적부진속에 자력으로 코스닥 등록이 어렵게 된 유명 장외기업 A사가 최근 부실 코스닥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A사는 최근 몇년 동안 프리 코스닥 유망군으로 촉망받던 벤처기업이었지만 IT경기침체속에 실적부진이 이어졌고 결국 자력으로는 코스닥 등록이 어렵게 됐다. A사는 최근 일부 직원의 명예퇴직을 받고 사업부 일부를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런 A사가 고유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부실 등록기업을 인수하려는 데는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들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기존 주주들의 환금성 요구가 거세지자 독자능력으로 코스닥시장 등록이 어렵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부실 등록기업을 인수해 이른바 ‘우회등록’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A사가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현금화하기 위한 창구로서 코스닥의 가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주주 가운데 일부는 이미 기업 인수 후 인수합병(M&A)을 재료로 주가가 급등할 때 주식을 처분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불특정 일반투자자의 몫이 될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우회등록 욕구와 시도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이런 과정에 개입해 기업 인수를 도와주는 컨설팅업체도 있다고 한다. 우회등록에 대한 각종 법적, 제도적 규제가 적지 않은데도, 소위 잘나갔던 벤처기업이 이같은 워험한 ‘모험’을 감행하는 것은 IT경기 침체가 주된 이유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실적부진에 대해 기다리지 못하고 회사를 압박하는 창투사와 엔젤투자자의 조급증도 문제다. 기술개발과 회사 성장에 대한 열정보다는 ‘부’를 축적하겠다는 생각만 가득찬 일부 벤처경영인들도 면죄부를 받기는 어렵다.

 ‘다시 벤처를 살리자’는 관련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A사의 사례를 통해, 여전히 벤처업계에는 자정의 노력만큼이나 많은 편법과 비리가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