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기업문화 융합

◆양정규 한국기술투자 사장 jaykyang@ktic.co.kr

 

 최근 국내에서도 기업간 인수합병(M&A)이 기업 미래가치 제고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몇해 전만해도 국내에서 기업의 M&A라면 곧 적대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인터넷과 IT기업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비상장사가 상장사를, 소규모 기업이 중견기업을 합병하는 등 전 업종과 분야에서 M&A가 기업성장의 신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부실기업을 솎아내고 기술력과 성장성을 내재한 기업 중심의 산업질서 재편 의지를 표명하며 M&A 활성화 대책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기업 M&A와 전략적 제휴, 기업간 구조조정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시장의 거센 요구와 정부의 제도적 토대 마련이 곧 기업의 성공적 M&A를 담보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해외 선도기업들은 역량강화와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해 기업간 M&A를 구조조정, 사업전개, 신기술 획득을 위한 경영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핵심기술을 가진 70여개의 경쟁력있는 기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해 기업성장의 모멘텀으로 활용한 기업도 있고, 세계적인 빅딜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인수합병이 오히려 기업성장의 발목을 잡은 사례도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M&A는 ‘전략수립→대상 기업 가치 산정→실사→계약 체결→합병기업 출발’의 과정을 밟는다. 인수합병의 전 과정 중 어느 하나도 소홀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보다 M&A시장이 먼저 열린 미국에서는 최근 ‘합병 후 통합’ 과정의 중요성이 전체 M&A의 성공의 열쇠로 새로이 인식되고 있다.

 컨설팅회사 AT커니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M&A의 어느 단계가 가장 많은 실패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기업의 53%가 합병 후 통합과정이라고 답했으며 전략 수립, 인수대상 선정 및 실사단계라는 응답이 30%, 협상 및 계약체결 단계가 17% 순이었다. 이 결과에서 보듯 이질적 특성이 상존하는 두개의 기업이 하나의 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하고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한다면 기업의 M&A를 상이한 두개의 기업문화가 하나로 융합되는 화학적 결합으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기업문화는 구성원들의 공유가치다. 일단 기업문화가 형성되면 쉽사리 변하지 않고 계속 유지되며 기업구성원의 행동양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성과는 근본적으로 구성원들의 행동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초기 통합조직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적응력이 요구된다. 특히 통합조직은 얼마나 짧은 기간 안에 인수·피인수기업 직원간의 괴리감을 없애고 신뢰를 정착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싱싱한 횟감을 놔두고 왜 상한 횟감을 밥상 위에 올려놓느냐.’ 국내기업을 인수합병한 외국기업 임원이 승진심사 자리에서 내뱉은 말이다. 국내 기업관행에 대한 외국기업 임원의 일침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승진인사시 몇차례 누락된 고참직원을 먼저 배려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었던 기업은 국내기업을 인수합병한 외국계 기업으로 기업통합 5년만에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 회사의 사장은 “돈과 책임을 중시하는 서구문화와는 달리 직위와 직급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기업문화를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히면서 성공적인 기업융합 비결로 투명경영,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 권한과 책임의 위임, 원활한 의사소통을 꼽았다.

 ‘M&A는 경영의 목표가 아니라 경영의 도구다.’ 국내기업들도 물리적인 통합보다 화학적 결합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바람직한 기업문화 정착은 직원의 행동양식을 바꾸고 동기부여, 창의성 발현 등의 기회정착이 새로운 기업의 생산성과 미래를 좌우한다.

 앞으로 세계적인 M&A는 새로운 경제흐름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M&A 성공의 요체는 성장을 위한 공동체의식에서 출발한다. M&A를 고려하고 있는 국내 CEO들도 기계적인 기업간의 결합이외에도 기업문화 조기정착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