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휴대폰 제조업체는 최근 원음에 가까운 64화음 휴대폰 출시가 잇따르면서 휴대폰으로 음악을 즐기려는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 MP3를 이용해 인터넷에서 직접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휴대폰(일명 MP3폰)을 개발하고도 출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체가 MP3폰이 나올 경우 벨소리 다운로드를 포함한 다양한 모바일 음악 콘텐츠 사업에 타격받을 것을 우려해 제조업체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단순 음성통화만을 지원하는 단말기에서 TV·음악·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하는 지능형 단말기로 진화하면서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간 경계가 차츰 무너지면서 이같은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이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서비스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TV폰이 대표적인 케이스. TV수신장치를 내장한 TV폰은 일반 TV처럼 공중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면서도 서비스업체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별도의 통신요금을 낼 필요가 없어 관심을 모았다. 서비스업체들은 동영상 서비스 이용고객 중 20∼30% 정도가 TV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TV폰이 TV 스트리밍 서비스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제품 출시를 미루거나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V폰 출시를 앞두고 서비스업체들의 반발이 거세 어려움을 겪었다”며 “TV폰으로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겨우 설득했다”고 말했다.
블루투스·무선적외선송수신(IrDA) 등 휴대폰과 휴대폰, 정보기기간 근거리 데이터 통신을 가능케 하는 기능도 서비스업체로부터 제약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휴대폰끼리 데이터를 주고 받을 경우 서비스업체들의 데이터 서비스 이용자들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휴대폰은 IrDA의 기능을 휴대폰에 내장하고 있지만 LG전자 휴대폰 외 다른 휴대폰이나 기기들과는 호환이 차단된다. LG전자 관계자는 “IrDA를 이용해 휴대폰과 정보기기간 다양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지만 서비스업체의 견제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체들은 또 제조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음악 다운로드 등 서비스업체의 수익원을 침범하고 있다고 판단, 제조업체들에 서비스의 범위 축소와 함께 유료화를 권고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주요 휴대폰업체들은 휴대폰 전용 사이트를 통해 벨소리 다운로드 등과 같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사용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 관련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서비스업체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휴대폰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서비스업체들도 충돌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