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남자의 침묵은 회사를 망치지만 여자의 수다는 회사를 살린다’는 말이 있다. 파급효과가 엄청난 입소문의 무서움을 경고하는 말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입소문의 파괴력은 옛날보다 요즘이 더한 것 같다. 여의도의 ‘카더라’ 통신이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될 정도라고 하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이야기하는 입을 광고매체로 삼는 구전(口傳)마케팅이다. 불황과 내수시장 침체로 요즘은 여러 기업이 시도하고 있지만 입소문으로 제품을 팔고 서비스와 기업이미지를 전파하는 구전마케팅은 그동안 기업인지도가 낮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애용해 왔던 방법이다. 시간·인원·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전마케팅으로 대박의 꿈을 이룬 대표적인 상품은 딤채(김치냉장고)와 쿠쿠(전기밥솥)다. 만도공조(구 만도위니아)가 95년에 첫선을 보인 딤채는 “김치 저장엔 그만이다”는 가정주부들의 입소문만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LG전자·동양매직·대우전자 등이 뛰어들면서 김치냉장고는 에어컨·냉장고·세탁기와 함께 백색가전의 4대 주요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전기밥솥인 쿠쿠도 마찬가지다. 고장수리는 물론 집안의 전압이나 전류치가 밥솥 작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를 체크하는 세심한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에 감동한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판매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구전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브랜드 네임만으로 제품의 성능과 애프터서비스를 신뢰하는 대기업과는 달리 정말로 쓸 만하고 서비스가 좋은 제품이 아니면 소비자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통망이 없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피땀 흘려 개발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도 꿈을 이루기 위해 발품을 파는 중소기업의 구전마케팅이 성공신화로 이어졌으면 한다.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