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동북아 IT허브 되려면

◆앤드류 세지윅(Andrew Sedgwick) 애플코리아 사장/Sedgwick@apple.com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있는 시장 중 하나다. 활발한 소비자 경제구조나 높은 수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늘 새로움을 시도하려는 태도, 세계를 이끌어가려는 자세 등이 세계 IT산업에 있어서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삼성·LG·KT와 같은 세계적 기술수준을 지닌 글로벌 기업들의 활동덕분에 최단기간에 경제를 부흥시킨 국가로서 명성을 얻게 됐다.

 또 IT산업의 가속화를 위해 미리 인터넷 인프라에 투자해온 정부의 노력이 결합돼 한국은 현재 인터넷 사용과 광대역 통신망 서비스에 있어서 세계 1위다. 한국은 성장과 확장에 있어서 수반되는 고통을 잘 인내해왔으며 나아가 향후 성장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한발 앞서 해결할 준비가 되어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한국의 우수한 기술 가운데 몇몇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조화되지 않는다. 초기에 인터넷 산업에 투자할 때 한국 정부는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우위를 지키는 MS기술 중심으로 개발을 해왔으며, 이는 분명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지배하고 있는 MS의 J스크립트나 액티브X 형식은 매우 제한적 포맷이어서 세계적으로 공인된 파일 형식과 호환되지 않는다. 한국내에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외국에서 한국의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는 비호환성 때문에 접근의 제한성이 발생한다. 결국 한국의 인터넷은 세계적인 수준에도 불구하고 ‘인트라넷’으로 불릴 수밖에 없다.

 한국에 진출한 많은 외국계 기업들은 종종 외국에서 한국의 자사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 몇가지 곤란에 직면한다. 해당 웹사이트가 비표준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것을 깨닫고서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호환성이 없는 J스크립트나 액티브X 기반의 인터넷 환경은 결국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MS와 애플은 매우 가까운 파트너로 맥OS X용 MSN이 출시됐을 때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를 낸 적도 있다. 애플코리아는 긴밀한 협조아래 MS코리아가 맥용 오피스 프로그램을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한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MS오피스 외에 특별히 다른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외국기업들에 이러한 협조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스팸메일에 대한 미온한 대비 또한 큰 문제다. KT는 우수한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한국의 스팸메일 문제는 오래 전부터 한국내 외국계 기업들의 불만을 살 정도로 심각하다. 스팸메일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있지 않아 한국내 외국계 기업의 본사에서는 가급적 한국에서 오는 메일을 열어보지 않도록 권장한다. 한국내 외국계 기업들은 본사나 다른 국가의 지사와 견줘 볼 때 e메일 교환에 있어서 제한적 대우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진정한 ‘동북아 디지털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IT환경의 세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은 세계시장에 당당히 입성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향후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나는 현 정부의 재빠른 정책 실행의지와 위에 열거한 문제에 관한 진지한 인식의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정보통신부의 적절한 문제인식과 재빠른 정책 실행은 그동안 내가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며 보지 못했던 것이며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자세라고 높이 평가하고 싶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 실리콘밸리 방문 이후 발표된 정책 과제 중 한국은 앞으로 매킨토시·리눅스를 비롯한 여러 오픈 플랫폼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한국 정부가 이와 같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자상거래, 온라인은행, 전자정부 구축 등과 관련해 오픈 스탠더드를 지원한다면 한국은 진정한 동북아 디지털 허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최종적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수준을 지금보다 더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