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용 주파수 확보에 바짝 다가섬에 따라 최근 사업계획을 공식발표한 SK텔레콤과 함께 벌써부터 시장 분위기를 가열시키고 있다.
그러나 양대 진영 모두 아직은 주파수 점유를 장담하기 힘들고, 각기 서로 다른 기술방식을 채택키로 해 지상파 디지털방송에 이어 기술표준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또한 국내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위성DMB 시장의 사업자수는 1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자칫하면 중복투자로 인한 출혈경쟁이 야기될 수도 있다.
◇위성DMB 사업의 현주소=SK텔레콤은 일본 MBCo사와 위성 공동소유 형태로 국내 서비스에 나서기로 하고, 현재 위성구매대금 납입을 결정한 상태다. SK텔레콤의 주파수 확보 여부는 조만간 있게 될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정식 공표 및 주변국 전파혼신 조정작업에 따라 결정된다.
이 회사의 구상대로라면 내년 2월 위성발사 후 5월께 상용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KT는 앞으로 ITU에 위성체 등록과 위성사용 신청을 한 뒤 정식 공표 및 조정작업 절차를 거치게 돼, 두 회사의 일정만 놓고 보면 1년 가량의 차이가 난다.
SK텔레콤의 상위 25㎒나 KT의 하위 25㎒ 모두 일본측 사업자와 주파수를 공동 점유하는 형태지만 SK텔레콤과 비교하면 KT는 독자위성을 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또한 주변국 조정작업이 공통적인 최대 난제로 남아있고 이들 주파수 대역을 이미 일본측이 앞서 신청했다는 점에서 주도권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술방식과 시장성 논란=SK텔레콤과 KT의 위성DMB 기술방식은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을 둘러싼 미국식·유럽식 논쟁의 재판을 불러올 전망이다. 위성DMB 기술표준의 경우 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일본식인 ‘시스템E’로 서둘러 발표한 바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시스템E, KT는 유럽식인 ‘시스템A’를 고수하고 있다. 유사한 서비스로 알려진 지상파DMB는 현재 유럽식 표준. 해외에서는 위성DMB의 전단계인 위성DAB(라디오) 서비스가 전부 시스템A 방식으로 상용화돼 있다.
국내 업계에서도 시스템A 방식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장비업체들이 상당수 있는 게 사실이다. 방송사의 한 기술전문가는 “기술개발의 용이성과 투자규모,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 측면에서 기술표준 문제가 쟁점화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불투명한 시장성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현재로선 SK텔레콤이나 KT 모두 각각 독자적인 위성DMB 컨소시엄을 구성, 사업에 나선다는 생각이 확고해 당초 적정 사업자수로 알려진 1개를 넘어선다면 사업성을 낙관하기 어렵다.
최근 정통부 이재홍 방송위성과장도 “투자비나 시장성, 기술확장성 등 모든 측면에서 위성DMB가 지상파DMB보다 전망이 어둡다”고 말한 바 있다.
이밖에 SK텔레콤과 KT가 주파수 확보에 성공해 상용화에 나선다 해도 기존 라디오방송 및 무선CATV 사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공산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행 국제규정상 해당 주파수 대역이 ‘사운드(라디오)’로 명시된 데다 국내법상으로도 무선CATV 서비스로 이미 할당돼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