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송위와 문화부의 감정싸움

◆IT산업부·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방송산업 정책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방송위원회와 문화관광부가 최근 정책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두 기관에서 발표한 정책 내용을 보면 크게 다를 바 없어 “왜 두 기관이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문화부가 방송영상산업진흥 5개년 계획과 외주전문채널 설립 추진계획을 내놓자, 그 뒤를 이어 방송위는 최근 ‘방송산업 진흥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계획(방송발전5개년계획)’과 방송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한 ‘외주전문채널’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들 기관이 발표한 정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비슷한 내용들이다. 우선 방송정책 관련 연구소 설립건만해도 그렇다. 방송위는 방송정책 연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문화부 산하의 한국방송영산산업진흥원의 연구기능을 흡수·통합한다는 안을 추진하면서 문화부의 반발로 이같은 추진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별도의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방송위는 자체적으로 기금을 출연, 산하기관으로 ‘방송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미 30억원의 예산을 신청하기까지 했다.

 외주전문채널도 그렇다. 단순히 외주전문채널을 설립한다해서 외주제작업체들이 육성되지는 않는다. 외주전문채널 자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 타당성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검토조차 없이 두 기관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경우 업무중복뿐만 아니라 예산낭비라는 큰 후유증을 낳을 것이 뻔하다. 특히 두 기관이 갈등하면서 사전에 전혀 협의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더구나 방송정책을 가져야 한다는 문화부의 발표 이후 힘겨루기 차원을 떠나 최근에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져 두 기관간 갈등은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문제다.

 방송위와 문화부 스스로가 디지털산업의 총아로 칭하는 방송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만일 방송위와 문화부의 자체적인 조율이 어렵다면, 이 역할은 청와대나 국회의 몫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