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톡옵션(주식선택매입권)을 폐지한다고 9일(현지시각) 전격 발표함에 따라 그동안 IT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성장동력’이였던 스톡옵션의 앞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MS의 선언으로 이제 스톡옵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대형 IT업체들은 “우리는 MS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토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회계 기준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현재 제너럴일렉트릭(GE)과 애플컴퓨터를 비롯해 약 200개 기업이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IBM·HP·인텔·시스코·델컴퓨터 등 대부분의 대형 IT기업들은 여전히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며 스톡옵션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MS가 “경기침체와 주가하락으로 스톡옵션이 더이상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지 못한다”는 데 반해 이들은 “아직도 기업 성장과 기술혁신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대응하고 있다.
최근 주총에서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를 근소한 차이로 부결시킨 바 있는 인텔의 빌 칼더 대변인은 “한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했다고 해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델의 마이크 마허 대변인도 “기존 보상정책을 갑작스럽게 변경할 계획이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스톡옵션 비용을 거부한 시벨은 스톡옵션과 관련해서는 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으며,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다른 기업들이 MS를 따를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HP의 레베카 로보이 대변인은 “직원들에게 어떠한 것이 최상의 보상책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HP 역시 지난 주총에서 스톡옵션 비용이 거부된 바 있다. 최대 경매업체인 e베이는 이들보다 더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들이 스톡옵션에 대해 ‘반대 알레르기’를 보이는 것은 순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한몫하고 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MS의 경우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계산할 경우 2002 회기 수익이 24%, 그리고 2003 회기 수익은 23%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