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 이공계 출신을 각료는 물론 국가경영의 중대사안을 결정하는 요직에 대거 기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 중앙인사위원회가 별도 관리하던 장관 정무직 인사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종합 관리토록 하는 등 분산된 인사 기능을 통합하는 것도 정책의 가닥을 제대로 잡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이공계 우대, 여성진출 확대, 전문직 활용 강화, 순환인사고리 끊기에 나서겠다는 노 대통령의 중국 발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잘 알다시피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등상품 개발과 남보다 앞선 기술력 보유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이공계를 육성하고, 우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수두뇌가 이공계를 선호해야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공계 교육 황폐화가 우려될 정도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98년 42.4%이던 자연계의 수학능력시험 응시율이 지난해 26.9%로 떨어지고, 수능 1등급자의 이공계 응시율이 98년 27.6%에서 지난해 19.5%로 하락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사정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다른 직종에 비해 보수가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공계 출신의 초임 연봉은 인문계보다 낮고, 구조조정의 최우선 순위가 연구직이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본다.
이는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4급이상 고위공무원 중 이공계 출신은 11.4%에 불과하고 정부 인사를 총괄하는 행정자치부와 산업안전정책을 다루는 노동부에서 기술직 출신의 고위관료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차관보와 주요 국장 및 과장의 절반이상이 기술직이었던 산업자원부는 물론이고 과학기술 입국의 첨병인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의 고위관료 중 기술직은 손꼽을 정도다.
기술직의 홀대현상은 지자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 인사에서 기술직은 승진대상 7642명 중 3.3%인 255명이, 행정직은 1만9533명 중 978명(5.0%)이 승진하는 등 기술직보다 행정직의 승진률이 1.7%포인트나 높았다.
물론 이공계 기피와 과학기술인력 부족현상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독일·영국·일본 등은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3만달러 수준이었던 반면 한국은 1만달러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지나치게 빨리 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선진국의 경우 과학기술 분야의 공부가 어렵기 때문인 반면 우리는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것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공계 출신을 정부요직에 기용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중국 발언을 반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공계 출신이 정부 고위직으로 대거 진출해야 기술직 홀대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효과는 물론 이공계 기피현상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이공계 살리기를 골자로 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과 차세대 성장동력원 발굴 및 기술혁신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례적으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을 맡는 등 제2의 과학기술입국에 나선 노 대통령의 행보에 거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