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업계가 채산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영세업체들의 경우 누적되는 적자를 못이겨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코스닥에 등록된 선두업체들도 매출증가세가 한풀 꺾이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사정이 이쯤되자 업계는 원인분석에 한창이다. 수출비중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DVR업체들로서는 일차적으로 해외 시장여건 변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쏟아내는 분석도 대만이나 중국업체들의 덤핑공세를 채산성 악화의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실 대만이나 중국업체들은 한국산 DVR의 절반에 못미치는 저가공세로 한국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올들어 국내업체들의 수출물량이 절대적으로 늘어났지만 오히려 매출은 줄어든 것도 저가공세에 덩달아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을 최근 본지가 보도하자 많은 반론이 제기됐다. 대부분 익명을 요구한 DVR업체 사장들이 전화를 걸어와 “대만이나 중국업체로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외부의 적도 문제지만 내부의 적이 더 위협적”이라고 주장했다.
A사·B사 등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먹인 이들은 “국내업체들은 경쟁사를 죽이기 위해서는 대만이나 중국업체들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국내업체들의 출혈경쟁은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문제다. 시장규모가 아직 2000억원도 되지 않지만 DVR시장에 뛰어든 업체가 벌써 150여개를 헤아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경쟁이 심했으면 시장질서를 바로잡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선두업체들이 DVR산업협의회까지 결성했을까.
문제는 ‘너 죽고 나 살자’라는 식의 왜곡된 경쟁의식이 DVR 종주국의 위상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장들은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는 마당에 대만이나 중국업체의 덤핑공세에 휘둘릴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누워서 침 뱉지 말자’는 한 사장의 다소 흥분된 목소리가 업계 전반에 울려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지털산업부·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