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지난 6월 12일은 ‘온라인게임의 날’이었다.
세계 게임산업을 손아귀에 넣고 있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가 이날 ‘모두가 즐기는 골프 온라인’을 선보였다. 같은 날 게임SW 업체인 고에이가 ‘노부나가의 야망 온라인’, 스퀘어에닉스가 ‘파이널팬터지ⅩⅠ(FF11) 엔트리디스크’를 각각 내놓았다. 일본 아키하바라의 전자매장 ‘아소비토시티’에선 이날부터 나흘간 온라인게임 체험코너를 설치했고 다른 매장도 앞다퉈 온라인게임 홍보에 나서면서 아키하바라는 온라인게임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7월 7일 일본 1위 ADSL 업체인 소프트뱅크 주식이 14.23% 치솟으며 1년 4개월 만에 3000엔대에 올라섰다. 한국·일본 게임SW 업체들과 제휴해 온라인게임 포털 ‘BB게임스’를 오픈한다는 재료만으로 이 거대 기업의 주가가 폭등했다.
일본이 온라인게임에 보내는 뜨거운(?) 호응은 갑작스런 현상이 아니다. 이면엔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땀이 스며있다.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들고 처음 일본의 문을 두드린 2000년 이후 3년여 동안 엔씨소프트·CCR·그라비티·한게임·게임온·이소프넷 등 개척자들은 불모지 일본에서 악전고투했다.
첫 과실은 그라비티의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거두고 있다. 라그나로크는 유료회원수 26만5000명을 확보한 일본 최대 PC용 온라인게임이다. 그라비티는 매월 로열티로 10억원씩 벌어들인다. 그 뒤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달리고 있다. 또 온라인 보드게임이란 장르를 개척해온 한게임도 아바타 판매만으로 월 1500만엔의 수익을 올리며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온라인게임시장 규모는 가정용 게임기에 비하면 아직 ‘조족지혈’이다. 하지만 만만하게 볼 것만도 아니다. 일본 디지털콘텐츠협회에 따르면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은 2001년 14억엔, 지난해 60억엔에 이어 올해엔 225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 우리나라가 작년에 각각 300억엔, 340억엔이었다. 일본이 빅3 시장으로 성장한 셈이다. 또 지난 5월 초고속인터넷망 가입자가 1000만을 돌파,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러나 개척자인 국내 업체들이 이 시장을 고스란히 누리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우선 SCE·고에이·스퀘어에닉스 등 일본 업체와 경쟁해야 한다. 시장 개척보다 오히려 이들 거인과 경쟁하는 게 더 힘겨울 수 있다. 스퀘어에닉스는 이미 ‘FF11온라인’으로 유료회원 25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 CEO라면 일본 관계자한테 ‘온라인게임은 한국이 일본보다 한수위’라는 칭찬 한마디쯤은 들었을 법하다. 일본이 한때 한국을 게임 불법복제의 천국이라며 아예 가정용 게임기를 팔지않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이 그동안 고생해온 일본온라인 게임시장에서 누리려면 좀더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