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규 국립중앙과학관장 hglee@nsm.go.kr
외국여행을 할 때 그 나라의 과학관(자연사박물관, 과학박물관, 산업기술관 등을 총칭함)의 위치와 전시물을 살펴보면 그 나라가 과학기술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과 우주항공박물관은 워싱턴의 명소로서 백악관과 인접해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진귀한 수장품을 자랑한다. 영국의 과학산업관과 프랑스의 과학기술관, 일본의 과학박물관과 미래과학관 등도 도심 또는 그 인근에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관은 베이징에 있지만 최근 상하이에 국제적 규모의 과학기술관을 건설했고 APEC 정상들의 모임을 열기도 했다.
근대 이후 구미 각국은 일반 대중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과학교육을 통해서 시민들을 계몽하기 위해 과학관을 설립해왔다. 초창기에는 기계의 내부를 절개해서 작동원리를 보여주거나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일 목적으로 디오라마 형식의 전시품을 만들었다.
매스미디어의 발전과 기술진보에 따라 전시기법이 점차 향상되고 교육방법도 개선되고 있다. 근래에는 방문객이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작동시켜보는 체험형 과학관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수장품들도 영구전시 형태보다는 주제별 특별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기획전시가 늘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과학관은 대중이 과학을 만나는 곳인 동시에 급변하는 첨단과학기술의 현상을 체험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최신 제품을 찾기 위해 박람회장을 방문하듯이 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경험하려면 과학관을 찾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수도권인 경기도 과천에 건설될 국립과학관이 최첨단 과학기술관이 되도록 설계단계에 이를 반영하고 있다.
과학관은 방문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 높은 관람을 실현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열악한 국내 과학문화시설의 양적, 질적 보강 등 충분한 관람환경과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전문 큐레이터도 확보하고 관람객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와 교육을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관람객의 수준이나 관람방식에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설명이 조금만 길어도 주의가 산만해지는 조급성도 문제지만 그보다 국내에는 단체관람이 대부분이므로 짧은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좋은 경험을 하기가 어렵다. 아직도 교과과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관람하기보다는 수학여행 코스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정부는 사이버과학관 즉, 가상과학관의 구축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했다. 원거리에 있는 학생들이 여러가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온라인으로 실험실습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과학관 홈페이지를 통해 양방향 대화가 가능해지고 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색을 통해 정보공유도 용이하게 되었다. 더욱이 최근 학년별 교과과정에 적합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와 프로그램이 개발된 이후에는 이용횟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제 국립중앙과학관은 유비쿼터스 개념을 과학관에 접목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전시와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즉 수백명의 단체관람자가 최신 장비인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활용해서 어느 위치에서나 원하는 관람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동영상 처리, 전시품 설명 DB 개발, 무선인식기술(RFID) 기술 등을 개발중이다.
선진국에는 시·군단위로 과학관과 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공·사립 과학관과 박물관이 200여개 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나 점차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용어가 말해주듯이 어느 분야든지 접목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