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릉지사 고장수리요원인 김종국 사원(33)은 현장 수리직을 맡으면서는 여름 휴가를 잊은 지 오래다. 관광지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평소 뜸했던 통신수요가 폭증해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해수욕장이나 주요 유원지의 공중전화를 임시 증설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전화나 전용회선도 만일에 대비해 미리 손을 봐야 한다. 덕분에 남들은 산으로 들로 휴식을 찾아 떠나는 여름 휴가철이 김씨에게는 날마다 긴장하며 비지땀을 흘려야 하는 ‘비상대기철’이다. 그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탓에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대신해 비수기에 휴가를 가는 맛도 괜찮다”고 했다.
온나라가 휴식에 들어가는 여름 휴가철, 완벽한 통신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고 있는 통신맨들이 있다. 주로 통신설비 수리요원이나 중앙상황실 전담직원, 상습 악천후 지역과 도서지역 통신요원 등이 그 주인공.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한 휴가기간을 즐길 수 있도록 이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준비이상무’ 자세로 만전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4월 28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시설물 안전점검을 실시한 KT는 1만5000여명의 현장요원이 상시 대기중이다. 지난해 강릉지역 통신마비 등과 같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집중호우 등 잦은 악천후로 통신설비 고장이 빈번해지면 옥외작업을 해야 하는 현장요원들로서는 고생스럽기 짝이 없다. 경기 파주·연천 지역 등 상습 침수구역도 매년 찾아오는 침수사태에 대응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섬이나 외딴 벽지의 통신담당자들은 예기치 못한 기상상태에 따라 아예 고장수리용 수송이 제때 안돼 애를 먹기도 한다. 비상대기는 휴가지나 상습 재해지역 본부만이 아니다. 본사의 재해대책상황실과 경기 과천의 망관리센터 직원들은 현장의 피해사례를 실시간 수집하고 즉각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데 구슬땀을 흘린다. KT 조철제 과장은 “남들은 휴가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을 때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통신이 국가기간서비스인 만큼 나름의 책임감과 보람을 갖고 일한다”고 설명했다.
이동전화 업체들도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긴장상태에 돌입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SK텔레콤의 경우 대표적인 곳이 경기 분당의 네트워크관리센터. 네트워크관리센터는 전국 기지국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통신부하가 효율적으로 분배되고 있는지를 늘 감시·관리하는 곳이다. 이곳 직원들은 휴가철이 되면 모니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평소 인적이 뜸하던 휴가지라도 엄청난 인파가 몰리게 되면 통신사고로 이어지게 되고 그 일차적인 대응책임은 네트워크관리센터에 있기 때문이다. 지역본부 가운데는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강원 지역과 부산 지역이 비상이다. 이곳 직원들은 현지의 설비고장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최전선 현장요원들이다. 이상이 없는 기지국이라도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동기지국도 증설해야 한다. SK텔레콤 박지훈 대리는 “특히 강원도는 지역 특성상 평소에 비해 여름철 통화폭증 정도가 유달리 높다”면서 “현지 직원들은 휴가지에서 근무한다는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정작 휴가철이 되면 자신들은 쉴 틈조차 없다”고 전했다. 이밖에 정도는 덜하지만 휴가철 다채로운 이벤트를 준비해야 하는 이동전화 마케팅 직원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