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중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조성된 투자조합이 단 1개(100억원)에 그쳤다고 한다. 벤처거품이 사라진 지난해 상반기에 30여개의 벤처투자조합이 결성된 것과는 비교하기에도 낯뜨거운 현상이다. 또 참여정부 들어 벤처투자가 자취를 감췄다는 업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 같아 우려를 감출 수 없다. 그런데도 새 정부의 벤처정책은 오리무중이다. 일부 산업정책 부처는 인수합병(M&A)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벤처지도를 제시하고 있지만 금융·세무 등 관련제도 개선의 주무부처에선 아무런 응답이 없다.
벤처정책에 관한 참여정부의 시각은 지난 국민의 정부와는 분명히 달라 보인다. 양적팽창 대신에 질적성장으로, 지원정책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벤처 색깔을 바꿨다. 이제부터는 벤처업계 스스로 실적을 개선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자진퇴출 등을 통해 재편되기를 정부는 바라는 것 같다. 또 최근 인터넷업계의 부활을 보면 시장중심의 벤처재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인터넷업체들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올들어 가장 높은 주가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마치 닷컴붐이 재연된 것처럼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이제 인터넷기업에 대한 저평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정도다. 인터넷업체들의 ‘성장성’에 대한 신뢰가 지난 2000년 닷컴열풍 때 미래의 성장가치와는 달리 든든한 실적에 기반하고 있어 추가적인 주가상승을 예측하는 기관도 적지 않다.
인터넷업체들은 또 경쟁기반을 다지기 위해 M&A 등을 통한 영역확대에 적극적이다. 검색포털은 커뮤니티 서비스, 게임포털 등으로 서비스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커뮤니티 기반의 포털은 검색서비스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대형 포털간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전면적인 서비스경쟁은 인터넷업계의 M&A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몇백억원에서 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한 대형 포털들은 전문 포털 M&A를 통해 수익원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쟁을 통한 벤처 재도약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다.
시각을 다시 바꿔보자. 인터넷기업의 주가상승은 분명 실적개선과 추가적인 기대치에 근거하고 있지만 다른 업종의 우량기업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외국인들의 인터넷주 매수세가 시중의 부동자금까지도 움직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급요인에 의한 주가상승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외국인 매수세가 중단될 경우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여기에 한국경제의 성장둔화, 경기침체 등 거시경제적 흐름으로 볼때 국내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가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기는 당분간은 어려운 실정이다.
인터넷기업들의 영역확장 경쟁은 벤처성장과 경기활성화에 일조할 것임에 틀림없지만 ‘규모의 경제’에 봉착, 적지않은 비용을 지불함은 물론 또 한번 벤처버블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다행히도 지금의 인터넷기업들은 닷컴거품과 함께 생존을 위한 수익모델 경쟁을 통해 실적을 다졌으며, 인터넷이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면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시장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인터넷은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그렇듯이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과 산업은 성장이 제한적이다. 오랫만에 찾아든 닷컴붐이 벤처부활의 기폭제로 이어지려면 철저한 버블검증을 병행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