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철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관
진대제 정통부장관은 7일부터 10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을 공식 수행하여 베이징과 상하이를 다녀왔다. 중국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IT에서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의 최대 IT수출국은 미국이었으나 금년들어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최대 IT수출시장으로 떠올랐다.
이 추세는 두 나라 정상이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아 상품교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 및 문화교류까지 협력관계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원칙에 합의,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은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있어 고도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의 IT제품 수요도 크게 늘어 우리 입장에선 반도체, 휴대폰 등의 주력 수출상품 밖에도 초고속인터넷, SI, 게임SW 등 새로운 IT제품의 수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진 장관은 별도 일정으로 왕쉬둥 신식산업부 장관과 차이나유니콤의 왕젠저우 총재를 만난 데 이어 베이징 주재 한국 IT기업인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들었다.
지난 3월 취임한 신임 장관들인 두 장관의 회담이 갖는 의의는 정책교류와 기술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데 있겠다. 구체적으로 차세대 이동통신, 차세대인터넷주소체계(IPv6), 베이징올림픽, 그리드컴퓨팅, 통신서비스 정책, 공개소프트웨어 등 6개 공통관심 분야에 대해 오는 9월 초 두 장관이 다시 만나 MOU를 교환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CDMA이동통신을 매개로 한 협력을 크게 넓혀 새 IT분야에서의 표준화와 기술개발에 양국이 이해를 같이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왕 장관은 중국의 국가 정보화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원 신식화 판공실 주임을 겸임해 전자정부와 정보보호분야 등 새 영역에서의 교류·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차이나유니콤 왕 총재와의 면담에서 진 장관은 올 하반기 중 발주할 것으로 알려진 cdma2000 1x 시스템 3차 입찰(1000만 회선)시 우리 기업에 공정한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냈다. 자리를 같이한 우리 IT기업인이 직접 왕 총재에게 당면 애로사항을 얘기할 기회를 주어 CEO출신 장관은 역시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왕 총재는 우리 IT기업인들에게 수요가 많은 1000위안(약 120달러) 이하의 저가 휴대폰을 생산·공급해줄 것을 요청했고, 우리 기업인들은 즉석에서 승낙하는 등 회담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베이징 주재 IT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진 장관은 중국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원활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중소 IT기업의 수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보·법률서비스 제공, 게임소프트웨어 등의 중국어 번역 등 IT제품의 현지화를 위한 기본 인프라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IT분야에서 중국은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IT기업들은 저임금을 무기로 외국기업과 경쟁하던 것에서 탈피해 경쟁력의 원천을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 기업에는 적신호다. 휴대폰만 하더라도 지난해 중국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31%에 그쳤으나 올해 51%에 이른다. 우리 휴대폰, 특히 저가 휴대폰의 수출 경쟁력이 1, 2년 안에 상실할 것을 의미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첫째, 우리 IT기업들이 끊임없이 첨단기술을 개발해 고부가가치의 하이테크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 기업간 ‘제 살 깎아먹기’식의 과당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진 장관도 간담회에서 이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셋째, 중국전문가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손자병법에서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知皮知己, 百戰百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왕 장관이 한 장의 목판에 깨알 같이 새긴 손자병법을 선물로 준 것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넷째, 우리 첨단기술이 불법 유출되지 않도록 기업윤리 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미흡한 법률과 제도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국이 새로운 IT분야에서의 표준화를 선도해 세계시장에 동반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한중 양국이 정보통신분야에서 손을 잡고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지혜를 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