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세계 IT전망 `극과 극`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미국 산업생산성 현황 추이

 하반기 시장전망을 놓고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LA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최근 실적개선으로 IT업체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경기의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세계 IT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세계 IT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낙관론을 내놓았다.

 이라크전쟁의 신속한 종결과 PC 등 하드웨어 교체수요의 증가 전망에 따른 것이었다. 우려되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캐나다를 제외하면 중국 등 아시아국가에 머물렀으며 지난 6월 말로 마감된 포털업체 야후 등 일부 기업의 실적도 양호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낙관론은 힘을 얻었다.

 지난주 야후는 광고매출 증대에 힘입어 2분기 순익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최대 분기실적이자 월가의 예상액을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업계가 경기회복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나아가 이같은 추세가 다른 닷컴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한 배경이었다.

 ◇비관론자들, 인터넷 거품은 여전=야후의 초호황세 속에서도 야후의 주가가 급락하는 현실에 대해 각국 IT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인터넷 거품’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기술주는 회복기미를 보였다. 나스닥주가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29%나 올랐으며 시스코시스템스·선마이크로시스템스·주니퍼네트웍스를 비롯해 최근 퍼시픽넷·유로웹인터내셔널코프 등 신규 인터넷업체들의 주가도 폭등했다. 그러나 야후 실적발표 이후 업계 종사자들은 경기회복을 단순히 업체들의 주가만 보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더욱이 최근 나스닥 폭등은 단기수익에만 관심있는 ‘패스트-머니’ 투자자들이 만연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낙관론자들, 성장은 이제부터=물론 기술주 상승은 의미가 있다. 미국의 취약한 경제기반을 굳건히 해줄 것이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IT업계에서는 무엇보다 “경기회복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닷컴붐 붕괴 이후 IT주식시장은 이미 4번씩이나 기대에서 어긋났다. 물론 이번에 맞이하는 회복세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특히 이번주로 예정된 인텔·IBM·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핵심 IT업체들의 2분기 실적발표와 맞물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컴퓨터 업그레이드 및 IT서비스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텔과 IBM의 전망도 밝을 것으로 관측됐다. MS 역시 사업다각화 부진에도 불구하고 순익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낙관론자들은 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전형적 경기회복 조짐이라고 강조한다.

 더욱이 광대역 네트워크가 성장단계에 있고 고속의 무선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추세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성장은 이제부터 시작”라는 주장이다.

 다만 낙관론자들조차도 90년대 후반을 지배한 기술들 이후 새 흐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인정한다.

 이같은 사실을 종합해볼 때 하반기에도 세계 IT부문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바닥을 탈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통신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부문의 제품 출하 증가세 속에서 급격한 회복보다는 성장기조를 바탕으로 정체와 상승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