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200대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작년 동기보다 9.2% 정도 늘어날 전망이라는 산업자원부의 조사결과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1분기 설비투자 비율이 최근 4년중 최저였고 특히 지난 4월에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투자 분위기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설비투자가 경기에 미치는 민감도를 감안할 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조사결과 하반기에는 신제품 생산 및 기존설비 확장투자 등 생산투자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과 정보화 투자 등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조사돼 투자의 질적인 향상도 기대된다.
하지만 전체 투자비중의 60%에 가까운 상위 5대 기업의 투자액이 상반기보다 1조4000억원 정도 감소하고 상반기와 비교해 자동차와 가전을 제외한 반도체, 전자부품, 정보통신 등 주요 업종이 오히려 증가세 둔화 또는 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본격적으로 기업 설비투자가 회복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중소기업 투자는 계속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투자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뚜렷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가지 경제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설비투자 증가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낙관하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적지 않다는 것이 기업들의 시각이다.
우리는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 요소라고 본다. 특히 투자활성화는 단기적인 경기회복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200대 기업들의 하반기 설비투자 확대 계획이 실현되도록 투자기피증을 풀어주어야 한다.
기업인들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불신하는 것 같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집권 초기의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불신을 풀어주지 못하면 기업투자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투자를 막고 있는 각종 규제도 신속히 풀어주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14일 열린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확정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가운데 임시투자세액공제율을 사상 최고수준인 15%로 높이고 기업의 신규투자를 통한 사업용 자산에 대해 감가상각 기간을 종전의 25%에서 50% 수준으로 단축해 주기로 한 것은 감세를 통한 전방위적인 투자활성화로 올바른 대책이라 본다. 또 삼성전자의 수도권 공장증설 문제도 해결하기로 한 것도 옳다.
지금은 저금리로 떠도는 자금을 기업투자로 연결하고 위축된 투자의욕을 되살려야 할 때다. 투자 없이 성장할 수는 없다.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없다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 투자를 촉진하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정책을 펴나가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또 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을 앞지르고, 시도때도 없이 파업사태가 이어지는 상황도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기업의 설비투자 활성화 저해요인이 무엇인가를 좀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업들도 설비투자는 경비지출이 아니라 생산을 확대하고 수요를 촉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기업들이 인식해야 실물경기가 계속 호조를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