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투데이]실리콘밸리 체감경기 `점차 맑음`

실리콘밸리 주민들 경기전망 낙관, 현실은 장밋빛 미래와 크게 다른 모습

 3년째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주민들은 미래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의 현실은 아직 장밋빛 미래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새너제이주립대학이 지난달 실리콘밸리 주민 912명을 대상으로 ‘소비자체감경기(Silicon Valley Consumer Confidence Survey)’를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중 44.9%가 실리콘밸리 경기가 1년 후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 3월의 34.9%에 비해 무려 10%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또 전체적인 소비자 체감경기 지수도 지난 3월 74.2에서 지난달 83.7로 9.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3월 조사 때에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관론이 반영됐으나 지난달 지수에서는 그 영향이 사라졌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새너제이주립대학 조사정책연구소 필립 트라운스타인 소장은 “소비자들이 향후 경제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며 “비로소 소비자들이 어두운 불황 터널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조사는 미시간대학이 발표하는 ‘전국소비자심리지수(Index of Consumer Sentiment)’의 실리콘밸리 버전을 파악하기 위해 새너제이시를 비롯한 샌타클래라 카운티 주민을 대상으로 2년여 동안 분기별로 실시돼 왔다.

 이번 조사에서 실리콘밸리의 경기 위축을 예상한 응답자 비율은 지난 3월 16.2%에서 지난달 13%로 떨어졌다. 지난 12개월 경기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개인적인 경제와 지역 경제가 모두 악화됐다고 답했지만 1년 전 조사에 비해서는 감소한 수치다. 실리콘밸리 경기가 1년 전에 비해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6.4%로 지난해 70.7%에 비해 크게 줄었다.

 새너제이에 살고 있는 지아 카림(40)은 이 같은 낙관론의 근거로 거품 경기 당시 하이테크 기업들이 쌓아놓은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꼽았다. 그는 하이테크 제품에 대한 세계 수요가 머지않아 회복될 것이라며 그 결과 실리콘밸리 경기도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더 나빠졌다며 자신의 친구들이 실업자가 됐거나 불만족을 느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해 15.8%에서 4분의 1 정도로 상당폭 늘어났다.

 하이테크 산업 종사자들은 비 기술부문 종사자와 거의 같은 비율로 경제 전망을 낙관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기업 여건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말을 들었는가’라는 질문에 기술계 종사자의 36.1%와 비 기술계 종사자의 24.7%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또 ‘기업환경의 변화가 부정적이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기술계 종사자의 30.9%, 비 기술계 종사자의 35%가 ‘그렇다’고 반응했다.

 서니베일에 사는 생명공학회사 연구원 토니 콘트레라스(33)는 내년 경기에 대해 예전보다 더 낙관적이라며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여러 곳에서 계약 의뢰를 받고 직원 채용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회사는 예외적일 수 있다. 그가 다니는 회사의 사업분야는 건강으로 그의 말대로 ‘사람들은 언젠가 아프게 돼 있기 때문에’ 건강사업은 경기를 타지 않을지 모른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금리인하 조치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인하로 이어지길 바라며 주택 가격도 떨어져 집을 장만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생명공학분야에서 근무하는 마운틴뷰 주민인 패티 듀몬드(39)도 낙관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휴렛패커드(HP) 직원인 남편이나 그가 알고 있는 친지들은 그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그는 “친구들이 다니는 회사들이 계약수주가 저조해 매출이 늘지 않고 있다”며 “경기 회복이 어디서부터 시작될지 오리무중”이라고 걱정했다. 자신의 경우 경기가 지난해보다 나아졌지만 친구들은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