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부정경쟁방지법 강화를

◆박정문 동진쎄미켐 사장 jmpark@dongjin.com

  

 정보화 사회에서는 기업활동과 연관되는 여러가지 영업비밀정보가 기업의 중요한 재산이다.

 1998년 국내 반도체업체 임직원들이 첨단 생산기술을 빼내 해외에 유출시킨 사건은 영업비밀의 누출이 기술개발에 들인 많은 노력을 아주 쉽게 빼앗아 버린다고 느끼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했다.

 영업비밀에 소홀한 기업의 경우 누출된 비밀로 인해 경쟁업체에게 부당하게 유리한 출발이나 기획에서 제품화까지의 시간절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곧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도태되는 결과를 야기한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부정경쟁방지법을 강화해 영업비밀 보호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였으나 실제로는 영업비밀 정보를 훔치다 적발된 자와 영업비밀을 취득, 사용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미약하므로 실질적인 영업비밀 보호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에 따르면 특허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그 밖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96년 ‘경제스파이처벌법’을 제정한 후 산업스파이에 대해서는 15년 이하 징역, 50만달러 이하 벌금을 물리고 있으며 일본도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와 LCD 제조업체에도 기술유출 보호에 대해 엄격한 자체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경우 보안을 위해서 사원들과 외부 방문자의 카메라폰의 반입을 금지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보안의 근본이라 할 수 있다. 사원관리를 위해 기업과 연구소는 신규임용, 보직시 사전에 보안성을 검토하고 채용하여야 하며 채용후에도 지속적인 보안관리를 유지해야 한다.

 영업비밀에 대해서는 연구결과물, 설계도 등의 기술상의 정보뿐만 아니라 원자재 구입선, 부품견적, 판매고객명부, 거래선, 판매계획 등의 다양한 영업상의 정보 또한 영업비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그 정보가 그 분야 관계자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하고(비공지성), 가치있는 정보여야하며(경제적 유용성),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관리되고 있어야 한다(비밀관리성).

 이중에서 특히 비밀관리성이 큰 문제가 된다. 취업규칙이나 계약에서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사실이 영업비밀임을 분명히 해 미리 비밀유지각서를 받아 놓는다거나 비밀유지 의무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업무처리 과정에서의 보안유지를 관행화하는 등 비밀유지를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이 영업비밀로 인한 분쟁에 대비하는 최선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영업비밀 침해행위는 크게 부정취득행위와 비밀유지의무 위반행위로 나뉜다. 부정취득행위란 절도, 도청 등의 범죄적인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사용 또는 공개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산업스파이 행위가 전형적인 경우다. 부정 공개행위란 계약관계 등에 의해 영업비밀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주로 임·직원이 회사를 퇴직하고 동종업종으로 스카우트되어 가거나 독립한 회사를 설립할 때 많이 문제된다.

 퇴직후 얼마동안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가, 직무수행 중에 독자적으로 개발해 알게된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되는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구체적인 여러가지 사정을 참작해 사안에 따라 결정되므로 이에 대해 미리 취업규칙이나 계약서 등에 명시하여 분쟁의 불씨를 사전에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