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산책삼아 공원에 나가면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모습과 함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공원을 가로지르는 아이들이다. 특히 ‘바퀴 달린 신발’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청소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신발이라고 하는데 사실 누구나 어릴적 한번씩은 생각해 봤을 만한 조금은 황당하고 간단한 아이디어라는 점이 나를 놀라게 한다.
마케팅 관점에서 이 신발의 성공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바로 ‘평범한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었던 기업의 열린 마음이다.
일반적으로 ‘기술 창조’라고 하면 산고의 고통을 거쳐 이전까지 없었던 복잡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많은 물건들은 의외로 쉽고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지우개 달린 연필이나 포스트잇, 가시가 달린 철사 등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개발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를 것들이다.
따라서 기술의 창조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구체화시키는 도전이라고 바꿔 말하고 싶다.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기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인이나 각 부서만이 알고 있는 기술(노하우)과 정보를 합의된 목적을 위해 결집시키고 이를 창조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의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속적인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여러 제반 여건의 조성도 중요하다.
기술 창조의 결과는 상품으로 구체화되기도 하고 생산효율을 높이기도 하며 비용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휴대폰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품화하는 기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휴대폰 기술은 아이디어를 통해 진화된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이동전화 표준인 GSM을 만들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떠오른 핀란드의 노키아가 80년대 말,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휴대폰을 최초로 개발한 지 불과 20여년 사이 이제는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휴대폰은 그 특성과 기능이 마치 계절따라 바뀌는 유행처럼 변화무쌍해지고 있다.
휴대폰 진화의 최근 추세만 살펴봐도 하드웨어적으로는 디지털카메라·디지털캠코더 등 디지털기능이 휴대폰에 융합돼 국내시장에서는 이미 30만화소급의 카메라폰이 양산되고 있고, 이웃 일본의 경우 100만화소급의 카메라폰까지 나와 있어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또한 디지털카메라 폰의 출현도 머지않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소프트웨어적으로는 멀티미디어 기능의 발전에 따라 과거 휴대폰의 기능이 음성기반 커뮤니케이션이 전부였다면 최근 휴대폰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음성통화기능을 넘어 유선상에 고정된 PC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심지어 대체하는 새로운 정보단말기로 부상하고 있다. 나아가 바쁜 개인일정을 관리해주는 PIMS(Personal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기능, 무선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정보습득, 유선상의 고정된 전자상거래에 이동성의 날개를 단 m커머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출현은 이들 서비스의 플랫폼에 해당하는 휴대폰의 발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물론 이동통신망이 발전하고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에 맞춘 새로운 부가기술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평범속에서 찾아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열린 도전정신이 휴대폰의 한계를 뛰어넘고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올 상반기 우리 휴대폰 업계는 중국 사스의 영향, 내수침체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고 하반기부터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다시한번 ‘기술의 창조’에 집중해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성규 ㈜팬택 대표이사 사장 sklee@pante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