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킬러 애플리케이션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분석에 따르면 비교적 최근의 반도체장비 경기 사이클은 2년∼2년6개월로 보고되고 있다. 반도체장비 경기는 지난 96년 10월에 바닥을 찍은 지 28개월 만인 99년 2월에 저점을 통과했고 23개월 만인 2001년 1월에 다시 저점을 통과했다. 그러니 지금은 2001년 1월부터 계산하면 27개월이 지난 셈이니 대체적으로 경기 저점의 언저리에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산업계가 반도체장비 경기에 신경을 쓰는 것은 그것을 반도체뿐 아니라 정보기술(IT)산업 경기의 선행지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장비 경기는 관련 수요 업체의 이익이 확대되면 IT투자가 늘고 그것은 다시 수요를 증가시켜 반도체장비 수주 및 출하비율(BB율)을 올리게 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SEMI는 북미 반도체장비시장 BB율이 회복추세를 보이다가 지난 5월 0.89로 지난 4월의 1보다 다소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인 VLSI리서치는 지난 5월 BB율이 1.02를 기록, 이는 4월의 1.01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분석해 SEMI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특히 지난 16일에 열린 세계적인 반도체장비 전시회인 미국 세미콘쇼에 참석한 주요 반도체 분야의 전문가들은 반도체장비 경기의 회복조짐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즉 현재 보이고 있는 모습이 ‘테크놀로지 푸시’냐 ‘디맨드 풀’이냐 하는 것이었다. 외신은 그를 두고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논쟁으로 비유했다.

 그러나 그 요인이 무엇이건 간에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또 중요한 것이 ‘언제냐’하는 것이겠지만 그것도 크게 보면 이미 우리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경기회복이 테크놀로지 푸시가 아니라 디멘드 풀, 즉 일반인들의 수요에 의해 비롯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띤다 하더라도 해당 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