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망대]美 이통시장 `불황 오버` 노린다

 세계 정보기술(IT)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다. 최근 일본과 한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이통사업자들이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아직 미국에서는 뉴스검색과 문자서비스(SMS)를 전송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이통업체들이 데이터 통신발전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지만 이를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소개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5위 이통업체 넥스텔커뮤니케이션스가 제공 중인 무전(워키토키) 서비스 속에 그 열쇠가 숨어 있다.

 ◇원리=넥스텔의 워키토키 서비스는 휴대폰에 무전기 기능을 합쳐놓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평소에는 휴대폰처럼 사용하다가 무전기가 필요할 때에는 전화번호 대신 푸시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여러 명과 동시에 통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SW) 개발책임자는 SW에 이상이 발견되는 즉시 넥스텔의 디렉트 커넥트에 등록돼 있는 회사 엔지니어들과 전화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 그 결과를 현장에 있는 기술자에게 통보해줄 수 있다.

 ◇성과=워키토키 서비스는 미국 소방과 경찰 등 관공서, 건설현장, 애프터서비스 등의 분야 종사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96년 서비스를 선보인 후 총 1200여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넥스텔은 또 가입자들이 경쟁회사 서비스로 전환하는 비율이 1.9%를 기록, 업계 평균(2.4%)보다 크게 낮은 반면 가입자 1인당 매출액은 업계 평균보다 무려 월 20달러(약 2만4000원)나 많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이통업계에서 마이너업체(5위)로 평가받고 있던 넥스텔이 모토로라가 개발한 이통기술(iDEN)과 휴대폰을 사용해 거둔 성과는 최근 미국 휴대폰 가입자가 전 국민의 약 60%를 넘어서는 등 이통시장의 성장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전망=넥스텔의 워키토키 서비스가 디지털 및 메시징 서비스와 결합할 경우 다양한 부가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이통업체들의 시장 참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우선 33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 1위 이통업체인 버라이존와이어리스가 다음달부터 워키토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스프린트PCS(4위), 올텔(7위)도 올해 안에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싱귤러와이어리스(2위)와 AT&T와이어리스(3위)도 내년 상반기 중 워키토키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장비업계도 기대=사실상 워키토키 분야의 표준으로 인정받는 기술(iDEN)을 개발한 모토로라 등 관련 장비업체들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모토로라는 매년 약 2억2000만∼2억9000만달러의 휴대폰<사진>을 구입하는 넥스텔 외에 버라이존 등 다른 서비스 업체들에도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또 이를 계기로 스웨덴의 에릭슨을 비롯해 핀란드 노키아, 독일 지멘스 등 통신장비 및 단말기업체들도 무선전화 시장진출을 본격화하는 등 무선전화 관련 분야가 전 세계 통신업계에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등장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