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이르면 이달 중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술표준으로 SK텔레콤이 채택한 일본식 ‘시스템E’를 확정, 고시한다.
이는 위성DMB 기술표준을 둘러싼 논란에 일단 종지부를 찍는 것이지만 최근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독자 위성망궤도 확보의 가능성을 얻은 KT가 다른 기술방식을 내세워 정면 반박하며 위성DMB 사업을 서두르는 상황이어서 고시 이전까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20일 관계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정통부는 지난 4월 내부적으로 위성DMB 기술표준을 일본식 시스템E로 결정한 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이에 따른 기술기준을 제정해 시스템E 단일표준으로 고시할 계획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전담반을 통해 기술기준 제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기준을 마련하는 대로 고시로 표준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술기준을 고시하면 위성DMB 표준화추진위원회에서 10여차례의 전문가 회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 2월 제안한 시스템E 방식이 국내 단일표준으로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정통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KT는 크게 반발하면서 유럽식 ‘시스템A’ 방식으로 기술표준 재검토를 주장했다. KT는 시스템A 방식이 기술개발·시장성 측면에서 우월한 데다 현재 도입을 추진 중인 지상파DMB와도 호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 MBCo와 위성공동 소유 형태로 준비 중인 SK텔레콤의 위성DMB 사업과는 달리 KT는 이번 WRC 회의에서 독자 위성망궤도 확보를 통한 국내 자체 사업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표준화 논의에 배제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위성DMB 표준이 잠정 확정됐다고 해도 ‘고시’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표준화 방침의 재검토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표준화를 주관하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관계자는 “기술기준이든 국가표준이든 고시가 된 이후라야 최종 확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로선 위성DMB 기술표준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확인했다.
지난 몇달 동안 정통부가 시스템E 방식을 마치 단일 표준으로 확정된 것처럼 발표해 왔던 모습에도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있을 정통부의 위성DMB 표준 고시를 앞두고, SK텔레콤·KT 등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지상파DMB를 추진 중인 방송계쪽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