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자부의 묘수 찾기

 ‘냉방부하 통제 없이 전력수급 안정 없다.’

 원격제어 에어컨 제조·사용 의무화를 추진중인 산업자원부의 명분과 의지는 확고하다. 본지 18일자 24면 참조

 냉방부하 수요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수요의 20.5%를 차지하는 1001만㎾. 이는 1기 건설에 2조∼3조원이 소요된다는 원전 10기 발전량과 같다. 냉방수요가 집중되는 여름 한철을 위해 연평균 30%대의 높은 전력예비율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에너지 정책당국인 산자부 입장에서 보면 에어컨만한 눈엣가시는 없다. 원격제어 에어컨 의무화 시행 3∼4년만에 연간 300만㎾ 정도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산자부는 자신한다.

 하지만 걸림돌도 만만찮다. 산자부는 이미 몇해 전 이와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다 백지화시킨 바 있다. 당시 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그럼 집집마다 에어컨을 두어대씩 설치하란 말이냐’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이번에도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매섭다. LG·삼성·만도 등 주요 업체들은 ‘절전형 컴프레서 개발로 전력소비가 현저히 낮아졌다’ ‘홈네트워킹 에어컨의 출시로 인터넷을 통한 절전제어가 가능하다’ ‘수신기 부착을 위해 생산라인을 내수·수출형으로 이중 설치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격제어 에어컨의 필요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수신기 부착에 대한 추가비용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제조업체에 전액 보전하고 사용제어 역시 피크기 때 10∼20분 단위에 그쳐 사용상 별다른 불편은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날로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비, 산자부는 오는 2015년까지 34조원을 투입해 3274만㎾의 발전량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신설 발전소의 대부분은 원전이다. 건설비용뿐만 아니라 환경파괴 등에 따른 지역민원도 벌써부터 골칫거리다.

 공급량의 확대보다는 수요량의 조절을 통해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전력수급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산자부의 묘수 찾기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디지털산업부·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