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를 자랑하는 엄청난 인구를 토대로 중국 게임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네티즌의 증가와 인터넷 접속비용의 하락, 중국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변화, 기술개발의 급진전, 게임 전문기업들의 역량 강화, 중국 게임시장을 지원해줄 중국 IT산업의 빠른 발전 등 그 잠재력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2003 중국 온라인게임 조사’에 따르면 중국 게이머들은 20대 전반이 주 사용자층이고 이 가운데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달하며, 하루 평균 게임 플레이 시간은 3∼5시간, 한달 평균 게임 이용료로 많게는 100위안을 지불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국내시장과 비교했을 때 그 스케일과 소비잠재력에서 위압적이다. 웹젠이 개발 및 서비스하는 3D 온라인게임 ‘뮤(MU)’의 경우만을 보더라도 국내 동시접속자수가 6만명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 동시접속자수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산 온라인게임은 중국에서 7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게임순위도 상위 15개 가운데 8개나 차지하고 있다. 뮤는 단일 타이틀로 2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뮤에 앞서 중국에서 한류열풍을 이끌었던 미르의전설2의 경우 한 때 동시접속자수가 70만명에 달했을 정도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선점효과를 십분 활용한다면 한국과 비슷한 문화적 정서를 나타내는 중국시장이 분홍빛의 차이나 드림을 꿈꿀 만한 거대 시장임은 두말 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진출을 앞둔 벤처기업이 늘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가 있다. “중국 기업들은 계약서에 사인을 해도 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안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계약 파기율이 30%를 웃도는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IT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이러한 현실의 근저에는 당장은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지만 언젠가는 꼭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야 마는 중국인들의 강한 생존력이 깔려있다. 최근 한국 게임업체들의 중국 수출과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염려스러운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주지하는 바일 것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게임업체가 중국 파트너사와 거액의 로열티 분쟁에 휩싸이는가 하면 올해들어서는 중국 정부에서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온라인게임 사전허가제도라는 강력한 카드를 뽑아들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중국방문 수행경제사절단에 게임업체인 웹젠이 포함됐다는 것에 대해 중국에 진출한 게임업체의 한사람으로서 나름대로 두가지의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첫째, 부가가치가 높고 윈도 효과가 큰 게임산업의 성장잠재력을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과 국내 게임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 합작법인의 현지 파트너사와 돈독한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노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수행하면서 중국 파트너사에 웹젠이 믿을 만한 파트너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러한 얘기는 아주 사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신뢰를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상호 믿을 만한 파트너사를 만나는 것 만큼 중요한 성공요인은 없다.
게임업체가 국내시장에서 그리고 해외시장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아마도 그러한 신뢰와 인식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한국내에서의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뿐만 아니라 해외의 비즈니스 파트너사, 나아가 이미 진출했거나 앞으로 진출을 예정하고 있는 외국 정부에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개별 게임업체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더욱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게임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남주 max7@webz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