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BI시대 대비하자

 21세기를 주도할 3대 첨단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정보통신기술(IT)은 향후 이들 기술의 융합에 의해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함은 물론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래기술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생명공학 분야의 경우 게놈(genome) 연구의 결실로 박테리아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수의 생물학적 정보를 얻게 되었으며, 따라서 포스트 게놈(post-genome) 시대에는 엄청난 수의 생물정보들을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기술이 BT, IT, NT의 대표적 융합기술인 바이오칩 기술이다.

 바이오칩 중 가장 먼저 개발된 DNA칩을 예로 들면, DNA칩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 어피메트릭스(Affymetrix)사는 컴퓨터 칩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광리소그라피(Photolithography) 기술을 이용하여 수십만개의 다른 염기들을 하나의 유리기판 위에 직접 합성하여 DNA 칩을 제작하였다. 이 기술은 반도체기술과 생명공학기술과의 절묘한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DNA칩 이후에 등장한 단백질칩, 세포칩 등도 생명공학기술 기반에 광학, 기계자동화, 전자공학, 표면화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융합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이러한 기술들은 신약개발기간 및 비용의 엄청난 감축, 재택 질병 진단 등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칩과 함께 주요한 융합생명공학기술 중의 하나는 바이오센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센서는 각종 생리활성물질 및 화학물질을 선택적이며 초고감도로 측정, 검출, 분석 등을 수행할 수 있고 기계적, 전기적 변형을 감지할 수 있어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바이오센서는 의료산업 분야의 진단, 검출, 치료에 적용되어 기존방법과는 다른 일대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며 환경, 식품, 에너지, 통신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다.

 최근 생명공학과 전자공학의 융합기술로 생물전자소자기술이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생물전자소자란 크게 생체분자 및 생체모방기술을 활용한 전자소자로 정의할 수 있다.

 생물전자소자의 응용을 크게 두가지로 분류해 본다면 첫째, 기존 반도체 전자소자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반도체 전자소자와 비교하여 고집적화, 초미세 가공, 병렬식 신호처리, 속도 등에서 많은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둘째, 기존 전자소자와 융합되는 소자로 활용될 수 있다. 반도체와 신경세포의 결합과 같은 바이오 하이브리드 소자기술인 생체센서 및 생체 액추에이터를 예로 들 수 있다.

 생물전자소자의 응용으로 생체나노센서, 분자 스위치, 메모리 소자, 에너지 변환기, 정보전달시스템, 영상정보처리시스템, 나노와이어 등이 있으며 이러한 여러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경우 미래 전자소자의 최종 목표인 바이오 컴퓨터 개발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본격적인 융합생명공학기술 개발을 위해 혁신적 연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단일 연구실 한 공간에 생명공학, 화학, 물리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의 전공자들이 모여 다양한 기술융합에 의한 상상속의 미래기술을 현실화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리학자 등도 참여하여 사람의 생각을 인지하는 혁신적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IT 및 전자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 십여년 동안 상당한 수준의 생명공학 기술 및 인프라도 확보하였다. 선진국에서도 시작단계인 융합생명공학 분야에 지금부터라도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면 융합생명공학분야에서만은 우리의 기술이 현재의 정보기술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며, 포스트 반도체 시대에 국민소득 2만달러를 앞당겨 실현시켜 줄 것이다.

◆정봉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융합생명공학연구실장 chungbh@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