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스팸메일 공해

스팸메일이라는 신종 쓰레기 공해가 위험수위를 넘은 것 같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버려지는 쓰레기로 인해 한반도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이들 쓰레기에서 풍겨져 나오는 심한 악취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마디로 쓰레기 대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음란성 메일을 포함한 이들 신종 쓰레기로 인해 청소년이 피폐해지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대한민국이 포르노 공화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스팸메일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렵게 쌓아올린 우리의 위상이 사상누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니 걱정이 크다.

 물론 스팸메일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음란성 메일과 자사를 선전하기 위한 상업광고, 그리고 경쟁사를 비방하거나 중상하는 내용이 담긴 메일이 폭주, 편지함 열기가 두려웠을 정도였다.

 갈수록 늘어나는 스팸메일을 차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종 쓰레기가 늘어나는 것은 방어보다는 공격전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마치 초등학교 앞에 있는 두더지 잡기 게임을 보는 것 같다. 동그란 구멍속에 숨어있다가 기회만 되면 고개를 바짝 쳐들고, 고무망치로 한대 맞으면 구멍으로 들어갔다 다시 고개를 내미는 두더지게임과 같이 방어막이 펼쳐지면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더욱 교묘하고 악질적인 방법을 동원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수기호를 이용해 필터링을 통과하거나 인터넷 회선에 부여된 주소를 조합한 뒤 메신저 기능을 이용해 무작위로 보내는 메신저 스팸메일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수신거부도 소용이 없다. 수신거부를 할 수 없도록 e메일 헤더 정보(전송정보)를 조작해 발신자와 수신자를 동일하게 입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수신자 e메일 가운데 하나를 골라 발신자로 입력하는 타인 e메일 주소 도용, 수신거부장치를 위·변조한 발신전용 e메일, 수신자가 설정한 필터링을 통과하기 위해 유니코드로 광고문구를 변칙 표기하기 등 스팸메일을 보내는 기법은 상상할 불허할 정도다.

 스팸메일이 늘어나는 요인은 또 있다. 스팸메일로 인한 정신적 물질적 손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신거부에도 불구하고 계속 스팸메일을 보내는 발신자를 처벌하려면 스팸메일, 신고자의 수신거부 메일, 수신거부 메일 후 또 다시 발송된 스팸메일 등 3개의 증거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스팸메일 차단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처벌규정이 약했던 것도 스팸메일이 늘어난 요인의 하나였다고 본다. 불법 스팸메일을 전송하다 처음 적발되면 300만원을, 이후 위반 횟수가 늘어나면 최고 1000만원까지 부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이번에 이 규정이 조금은 강화됐다. 위반 횟수에 관계없이 법정 최고인 10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도록 과태료 부과규정을 개정하고, 하반기에는 과태료 한도액을 늘리는 등 악성불법 스팸메일 유포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스팸메일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방어막을 뚫는 기술과 스팸메일 발송기술은 이보다 더 고도화되고 있다. 따라서 정보와 광고의 한계를 교묘히 줄타기하는 스팸메일을 막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더불어 제재수위를 높이는 등 더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종 쓰레기 공해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정부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