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비업체들의 오래숙원인 북미시장 진출이 올해안에 성사될 것인가.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장비업체들은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꾸준히 공략해온 미국 이동통신사업자 스프린트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루슨트테크놀로지스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3G 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다음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게 됐다.
◇멀고 먼 북미 시장=그동안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이통장비업계는 동남아 시장에는 꾸준히 장비를 수출하며 ‘동남아 CDMA벨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지만 정작 이동통신 본고장으로 꼽히는 북미 시장에는 아직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비록 지난해 LG전자가 미 무선데이터서비스사업자인 모네모바일에 cdma2000 장비를 공급한 바 있지만 이는 데이터서비스에 국한돼 있고 진정한 의미의 북미 이통장비 시장 진출은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 분야에서 수출이 잇따르는 것과 비교하면 이통장비의 북미 사업 성적은 초라할 정도다.
◇루슨트, 한발 앞서=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은 북미 시장 진출에 성공할 경우 물량 규모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에 지난 수년간 꾸준히 물밑영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프린트가 cdma2000 1x망에서 EVDO 및 EVDV로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어 이를 절호의 기회로 보고 시장진입을 노려왔다.
하지만 스프린트에 가장 많은 이통장비를 공급해온 루슨트가 먼저 cdma2000 1x EVDO·EVDV 업그레이드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한국 업체들에는 다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 루슨트의 한국지사인 한국루슨트에 따르면 이번 루슨트의 계약 내용은 10억달러 규모의 다년간 계약이며 미 전역에 구축된 기존 루슨트의 CDMA 장비를 업그레이드 및 증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기회는 있다=국내 장비업체들은 이번 루슨트 계약 체결에 다소 실망하면서도 아직 충분한 기회가 남아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프린트가 루슨트 외에도 노텔·모토로라의 CDMA 장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에대한 교체 수요를 노려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번 루슨트의 계약이 스프린트의 CDMA망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고 기존 루슨트 장비에 한정돼 있는 만큼 공략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01년 스프린트를 통해 중남미 지역인 푸에르토리코에 장비를 공급한 경험이 있어 더욱 유리한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프린트가 기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신규 장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분명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전문가들은 국내장비업체들이 북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좀더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번 정하면서 교체하기가 어려운 장비시장의 특성을 고려, 사업자들에 대한 꾸준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국내 이통장비업계가 북미장비업체들의 강한 텃세를 물리치고 북미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결과가 기대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