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나 공원 등지에서 한뎃잠을 자며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니 걱정이 크다. 노숙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의 동력이 떨어지고,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성 상실과 가정파괴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정부가 사회안전망이라는 장치를 통해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생계비를 보조해 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사회적 무기력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내 지하철역과 공원을 떠도는 노숙자수가 지난해 같은 때보다 8∼17%가량 늘어나고, 특히 도심의 대표적인 노숙자 집합소인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을지로3가역으로 이어지는 지하도의 경우 1년 전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는 서울시의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물론 기온이 올라가면 거리로 나오는 노숙자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기업·금융·공공부문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탱해 왔던 직장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청년 백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또는 중퇴)하고 사회에 진출한 청년층(15∼29세) 569만명 가운데 139만6000명(24.5%)이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전망도 어둡다. 대다수 기업들이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신규채용을 줄이고, 필요인력도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숙자 문제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일본도 노숙자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10여년 동안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평생고용 신화가 붕괴된 일본의 경우 길거리로 내몰리는 빈곤층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범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