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두는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있다. 참여정부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기 위하여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개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턱까지 오는데는 참 잘 왔다. 그사이 수백달러의 국민소득 수준에서 전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현기증이 날 정도의 빠른 속도로 1만달러까지 달려 왔다. 그런데 1만달러 언저리에서 8년째 오락가락하고 있다. 고도성장시의 연속적인 개념으로 우리 능력을 과신하다가 온나라가 IMF관리상태의 터널에서 이제 겨우 빠져 나오기는 했으나 1만달러의 탈출구는 분명하게 보이질 않고 있다.
1만달러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여러 부문에서 근본적인 변혁이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에너지의 결집방법이다. 1만달러 시대까지는 권위주의적인 방법이 아주 효과적이었다. 일사불란하게 힘을 집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고도성장기를 돌이켜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만달러로 도약하기 위해 권위주의적인 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1만달러 수준이면 굶주림에 대한 문제는 해결된 수준이다. 굶주림 때문에 참았던 요인들이 표출되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본다. 주변환경이 바뀌니 새로운 가치관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의사결정 과정도 좀 복잡해지고 국민적 에너지 결집방법도 단순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도 따지고 보면 에너지 결집방법에 대한 문제라고 본다.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되어 완성단계에 이르렀던 교육정보화를 위한 NEIS에 대한 찬·반 논쟁이 다시 일어나 혼란상태에 있다든지, 이미 1조원 가량 예산이 투입되어 방조제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새만금공사 중단사태가 두번이나 발생한 것이라든지, 이미 2001년부터 상용화되어 방송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100만대 이상의 수신기가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지상파방송 방법을 북미방식에서 유럽방식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 등 현안사항들의 근본적 문제는 모두 의사결정 과정과 연계된 것이다. 국민적 합의, 즉 에너지 결집방법에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옛날 권위주의 시대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때는 정부나 혹은 일부 의사 결정기관에서 결정하면 더 이상 논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제 환경이 확 바뀌었는데도 더이상 이를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려니 곳곳에서 반대의견이 나오고 혼란스럽게 되는 것이다. 국민적 에너지가 투입된 후 이를 더욱 상승시켜야 할 에너지가 이를 상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효율을 위해 옛날의 권위주의 시대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순 없다. 그렇다고 혼란상태를 방치할 수는 더더욱 없다. 해결 방법은 오직 하나, 다양한 의견을 서로 인정하면서 충분히 토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민주적 방법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도출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반대의견이 존재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 찬성으로 결론이 나면 모두 따라야 한다. 결론 도출과정에서 의견이 관철된 그룹은 그러지 못한 소수그룹을 감싸안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예외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소위 요즘 우리사회가 용인하고 있는 떼법(?)을 용인해선 안된다. 철저하게 규칙과 원칙이 통용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현재 지난해 기준으로 지구상에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 되는 국가는 22개국이고, 이 가운데 14개국이 2만달러대이며 3만달러 이상은 8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1만달러의 벽을 넘어 2만달러대로 진입하려면 우선 국민적 에너지 결집방법부터 정립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기본원칙부터 따르고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TTA임주환 사무총장 chyim@t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