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CEO들을 사무실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 하나. 새로운 성장동인과 경쟁력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법을 찾는 것이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이미 이동통신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지난 5년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시장은 한정돼 있고 눈에 보이는 새로운 투자사업은 위험이 만만치 않다.
수성이냐 공성이냐에 따라, CEO 개인의 스타일에 따라 찾는 곳과 찾는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3명의 CEO가 사무실을 떠나는 까닭은 서로 다르지 않다.
◇‘변화경영’ 표문수 사장은 이천으로=SK텔레콤 표문수 사장이 이천에서 찾은 것은 바로 ‘변화’다. 오래 전부터 ‘변하지 않는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져온 표 사장은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1위 전략을 세우기 위해 1주일에 한 번씩 이천을 향했다.
이천에 위치한 미래경영연구원에서 직접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전략을 고민하기 위한 것. 이통 1위 사업자에서 변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은 SK그룹에서의 독립경영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주변의 부담스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추구하게 된 원동력이다. 단순한 이통사업자에서 벗어나 산업의 컨버전스를 선도해 ‘유비쿼터스서비스제공업체’라는 미답의 고지에 다다르자는 것이 목표다. 표 사장이 누누이 강조해온 변화는 7월, 고객중심 변화 프로그램인 ‘스피드 011 레인보우’와 ‘기업혁신전략’이라는 ‘메이드인(Made in) 이천’ 작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굿타임 경영’ 남중수 사장은 현장으로=KTF 남중수 사장은 고객을 찾아 현장으로 나선다. 남 사장은 취임 6개월 만에 사무실과 CEO를 버리고 ‘CSO(Customer Saticfaction Officer)’로서 현장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경쟁의 중심을 회사가 아닌 고객으로 상정하고 고객만족을 위해 업무의 반을 고객센터 등의 현장에서 보내겠다는 것.
남 사장은 현장으로 나서는 출사표에 ‘굿타임 경영’을 키워드로 담았다. “고객에게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경영, 고객이 기대하는 서비스를 본인이 직접 제공하는 것처럼 누리게 하는 경영, 명품 KTF를 지향하는 경영”이라는 것이 남 사장이 설명하는 굿타임 경영이다.
남 사장은 현장으로 나서며 조만간 굿타임 경영이 말하는 서비스 품질, 고객참여, 고객혜택, 고객접점 개선에 대한 획기적인 제도를 대내외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고객사랑경영’ 남용 사장은 산으로=LG텔레콤 남용 사장은 1년 전부터 고객을 찾아 현장으로 나선 ‘사무실을 떠난 이통사 CEO’의 원조격이다. 지난해부터 1주일에 한 번씩 고객센터에서 헤드폰을 끼고 고객의 불만을 직접 처리해온 남 사장이 고객센터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찾은 곳은 전국의 산. 전국의 통화품질을 몸소 체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남 사장이 오른 산은 북한산·관악산·수락산 등 서울 근교의 산은 물론이고 팔공산·무등산·치악산·계룡산 등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기본과 상식에 충실한 서비스로 고객의 사랑을 끌어낸다는 것이 남 사장이 말하는 고객사랑경영의 목표다. 남 사장의 1년에 걸친 구애로 고객만족과 브랜드 선호도가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